'백신항체' 피하니 '소모성 질병'이…

제주도 양돈산업에 대한 일대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 개선은 물론 속에 내재된 앙금까지 모두 골라내 '청정 축산업'기반 구축과 함께 도내 경제의 주춧돌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돼지 콜레라 및 오제스키 병' 청정화선언으로 국제 인증을 획득한 제주도 양돈산업은 올해 일본 수출 재개 및 제주산 돼지고기 가격 고공행진으로 전성기를 맞는 듯 했다.

지난해 도내 종돈장에서 '돼지 콜레라 항체 양성반응' 결과가 도출되면서 '청정축산 구호'는 된서리를 맞았다.
곧 바로 일본 수출이 잠정 중단됐고 올 들어서는 돼지 만성소모성질병에 의한 농가 피해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도 당국이 2종 법정 전염병이라는 이유를 들어 발 빠른 대처에 나서지 않는 사이에 농가 피해가 확산됐다.

또한 지난해 맨 처음 콜레라 항체 양성 반응 돼지가 발생한 종돈장에 대한 생산자 단체 등의 대응은 '사태 해결 촉구'에 해당 업체와의 갈등이 잡음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이어 올 들어 PRRS로 돼지가 폐사한 농가에서는 '종돈 때문'이라며 이 업체에 배상을 요구했고 업체는 '농가 사양 잘못'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또한 생산 농가들이 이 업체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방역체계 재정립 요구와 함께 도내 농가간 '화해 무드 조성'도 절실한 실정이다.

도내 사료 생산 및 대형 종돈장 업체와 생산자단체를 포함한 농가와의 감정 싸움은 무한 경쟁시대에 있어 제주산 돼지고기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내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이에 대해 강대평 도 축정과장은 "방역체계에 대한 일대 점검을 실시, 청정 축산을 유지하겠다"면서 "농가 사이의 조정역을 자임한 바 있지만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만성 소모성 질병 확산은 농가 탓이다(?)

제주도 당국은 최근 만성소모성질병 확산 원인을 주로 농가의 사양관리에 눈을 돌렸다.
종돈 등 외부구입시 입식전 돼지의 질병검사 및 일정기간 격리사육 후 이상 없으면 기존 돈사에 합사시켜야 하는 데 이를 소홀히 다뤘고 돈사내의 온도, 유해가스, 환기, 사육밀도 등 유해요인 제거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한 예방접종 기피를 비롯해 질병의 순환차단을 위한 올인 올아웃 시행 미정착, 질병 발병시 신고 및 검사의뢰 태만, 국가방역체계상 만성소모성질병에 대한 방역체계 미흡 등을 꼽았다.

제2종 법정 전염병이고 폐사돈 신고시 전염병 판정으로 인한 이동제한 등 불이익을 우려한 농가의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반면 도 방역당국은 PRRS, PMWS 등 질병의 확산 조짐을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돼지콜레라 항체 양성 반응'을 보인 폐사돈의 사인이 만성소모성질병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도 지나쳐 버렸다.

도내 곳곳에서 이 질병으로 인해 폐사돈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제주도는 '돼지 콜레라 항체 양성 반응'에만 집중한 채 이를 무시한 것이다.
도 관계자는 "PRRS 등은 이미 전 세계 모든 지역에 걸쳐 만연한, 사람으로 치자면 감기 정도의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도내 농가의 경우도 이 질병으로 인한 폐사돈이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농가간 갈등 풀어야.

지난해 돼지콜레라 항체 양성 반응 및 올해 만성소모성질병 확산 사태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튀어 나왔다.
두 사건을 둘러싸고 도내 사료 생산 및 종돈장 운영 업체와 생산자단체. 농가와의 감정 대립이다.
지난해 돼지 콜레라 항체 양성 반응 돼지가 발생한 종돈장에 대해 도내 생산자 단체 등은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경대응을 불사했다.

이러한 양상은 해를 이은 것으로 업체측 관계자는 "사료 판매과정에서 농가와의 불협화음, 양돈 계열화 사업에 따른 농가와의 갈등 등이 최근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제주 양돈산업의 장래를 위해 하루 빨리 정리돼야할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만성소모성질병이란.

이 질병은 양돈장에 계속적. 지속적으로 발생, 경제적으로 많은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세균성으로 유행성 폐렴, 파스튜렐라성폐렴, 흉막폐렴, 위축성 비염 등이 있고 바이러스성은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이유후전신성소모성증후군(PMWS), 돼지인플루엔자 등이다.

지난해부터 올 2월말까지 발생현황을 보면 PRRS는 전국 24건. 제주 7건을 비롯해 PMWS는 전국 775건. 제주 10건, PED(유행성설사병)는 전국 43건. 제주 1건, 흉막폐렴 전국 212건. 제주6건, 파스튜렐라성폐렴 전국 290건. 제주 2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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