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천유원지 사업 현황=1986년 도시계획시설 지정 후 30년 가까이 수차례 사업자가 바뀌는 등 지지부진한 무수천유원지 개발사업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사업 추진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무수천유원지 개발사업과 관련, 1995년 (주)무수레저타운이 첫 번째 사업시행자가 됐으나 투자 유치에 실패해 결국 사업이 무산됐다. 이어 2002년 핀코리아가 두 번째 사업 승인을 받았으나 2005년 사업승인이 실효됐다.

2007년 1월 세 번째로 개발사업 승인을 받은 (주)무수천 역시 개발부담금 미납 및 장기간 공사착공 지연 등 이유로 2011년 10월 개발사업 승인을 취소당했다.

이후 지난 5월 중국자본인 (주)제주중국성개발이 (주)무수천과 같은 내용의 ‘블랙파인리조트’ 사업 시행을 승인 받았다.

블랙파인리조트 사업은 제주시 해안동 일대 45만1146㎡ 부지에 2617억원을 투자, 콘도미니엄(341실)과 호텔(51실) 등 숙박시설과 테마상가 및 힐링센터 등 위락시설을 건립하는 것이다.

이전 (주)무수천의 사업과 비교해 숙박시설(해군호텔 존치)은 138실 줄고, 상가시설(6만5547㎡→2만3254㎡) 규모 등도 감소했다. 반면에 원형보전녹지 등 녹시시설은 17만5978㎡에서 190만370㎡로 증가했다.

그런데 제주중국성개발은 사업 시행승인 과정에서 5년 단위로 받아야 하는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법은 사업계획 등을 승인하거나 확정한 후 5년 내에 사업을 착공하지 아니한 경우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주시는 2009년 12월 (주)무수천의 착공신고를 기점으로 아직 5년이 경과하지 않아 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닌 것으로 해석, 환경영향평가 없이 사업을 승인해 줬다.

◆환경영향평가 쟁점은=(주)무수천의 개발사업 시행승인이 취소되면서 신규 사업자가 같은 내용의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는 다시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환경부에 문의한 결과 “제주시에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해당 사업계획을 취소했다면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한 해당 행정행위는 종결된 것”이라며 “따라서 해당사업을 재추진하는 경우 새로운 행정행위로 봐 환경영향평가 협의절차를 다시 이행해야 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이 해석에 의하면 제주시는 법리적 오류를 범해 사업시행을 승인해 준 셈이 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목적은 개발사업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저감하는 것”이라며 “이전 사업이 승인 취소됐더라도 신규 사업자 사업지역이 동일하고, 사업목적 등이 변경되지 않고, 주변 환경 여건의 변화가 없으면 전 사업자가 협의완료한 환경영향평가서는 유효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블랙파인리조트 사업과 관련 올해 2월에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변경협의(사업자 및 사업내용 변경)를 거쳤다”고 전제한 후 “환경부에 확인 결과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질의 내용에는 이 같은 절차 전체가 들어있지 않았다”며 “조만간 환경부에 변경협의한 사실 등을 포함해 질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무수천의 착공 시점도 문제다. 주민들은 (주)무수천이 2009년 12월 착공계를 제출하고 사업부지에 컨테이너 적치와 휀스 설치만 했을 뿐 실제로 공사를 벌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9년을 기점으로 환경영향평가 시행 여부를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주)무수천의 개발사업 시행승인이 취소된 사유의 하나가 ‘착공 지연’임 점에 비춰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갖고 있다. 무수천유원지에 대한 마지막 환경영향평가 협의는 2006년도에 실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착공 여부도 이번 논란에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행정상으로는 실제 착공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는다. 착공 신고가 있었으므로 당시로선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선 보전․후 개발’ 가늠자=제주시는 무수천유원지 조성사업에 대한 교통영향평가는 이전사업을 기준으로 한 협의가 아닌 새로운 사업으로 보고 심의를 진행했다.

부서에 따라 블랙파인리조트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면서 특혜 시비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사업에 있어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하면 비용은 물론 사업추진 기간도 단축돼 사업 시행자 편의가 높아진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주중국성개발은 (주)무수천이 자금난에 봉착해 공매에 나온 토지를 취득하고 무수천유원지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승인절차는 도내 종합설계감리 업체인 J사가 대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J사에는 전직 건설토목분야 공무원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행정당국이 사업 진척이 부진한 무수천유원지구에 대한 투자 유치에 급급하다 보니 제반 행정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무수천유원지 시행 과정을 우근민 도정의 ‘선 보전․후 개발’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여기고 있다.

김정도 제주환경연합 대안사회간사는 “블랙파인리조트 사업과 관련해 제주시의 행정행위는 상식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이해하기 힘들고, 제주도정의 ‘선 보전․후 개발’ 구호와도 상충된다”며 “도감사위의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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