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선 조형작가
   
 
 

변명선 조형작가

 
 

고려가 몽골의 방목지로 내주기 이전의 탐라는 거대한 산림이었다. 큰 배 200척을 건조할 수 있을 만큼 울창한 산림이 있었다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세기를 넘어 아픈 역사까지 타고 흘러 제주의 산림지역 제주의 곶자왈은 묵묵히 스스로 치유하며 생명력을 간직해 왔다. 이제 제주는 세계에서 주목받는 빛나는 이름이 되었다. 불모지가 생태계의 보고로 주목받기까지 ‘곶자왈’의 핵심적인 의미와 ‘제주도’의 역사를 포개며 함께 생각하게 된다. 시대마다 이용되었다 여지없이 버림받았던 황망한 ‘제주의 역사’까지 모두 빼닮은 이름 ‘곶자왈’은 가장 ‘제주다운 땅’이기도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겪은 메마른 여름을 뒤로하고 제주를 할퀴고 간 산야를 바라본다. 도로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누런 소나무, 지난해 해풍, 그리고 두 달의 모진 가뭄에 한라산 구상나무가 처참하게 말라가고 있는 것을 가슴을 치며 본다. 이렇듯 연일 기후변화로 생태계의 위협을 이야기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자연재해에 대한 반성은 적다. 그저 단편적인 대책으로 여름 내내 바빴을 일선 공무원들만 또 밤낮 없는 노동이다. 자연과 생태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높아가고 있는데 정작 높아가는 곶자왈에 대한 관심은 누그러졌다. 마치 값나가는 금은보화를 전문가에게 맡겨둔 무심한 주인처럼 말이다. 이렇게 주인이 무심한 사이 곶자왈이 혹여 눈에 띄는 먹잇감이 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기만 하다. ‘제주투자진흥법’으로 곶자왈 지역을 포함한 땅을 팔아치우는 현실을 목격한다. 자본의 논리를 들이대며 만들어낸 법으로 제주의 속옷까지 죄다 벗어준 셈인 것이다.
곶자왈공유재단의 활동과 그 가치 있는 땅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몇 차례의 연구성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하는 것에 실망은 크다. 여러 방법으로 국유화를 진행하며 전방위로 애쓰고 있지만, 소중함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증명하자마자 군침을 흘리는 자본에게 빠른 속도로 먹히는 상황이 되었다.

곶자왈은 전문가들만 아는 곳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이제 세계의 모든 사람이 지켜내야 하는  곳이여야하기 때문이다. 곶자왈은 토심이 얕고 자갈같은 돌들이 많은 가시덤불과 나무들이 섞여 자라는 수풀이라는 정의, 법적인 경계설정의 과학적인 가치로도 중요하다. 동시에 인문적인 역사 안에서의 확장된 의미해석 그리고 제주문화 설화 속에 곶자왈의 키워드를 찾아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곶자왈의 상징적인 의미를 해석하고 문화적인 상상력을 더한 확장된 가치를 읽어내야 한다. 이 보물을 지켜낼 에너지는 과학적인 접근보다는 만인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심장을 뛰게 만드는 ‘감동’이라 생각한다. 바쁜 일상속에서 과학적 지식은 잊혀지기도 하지만 감동은 오감으로 남아 끝임없이 인간을 채찍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곶자왈은 영원히 지켜내야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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