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포커스>'금 가는 상아탑 제국' 한라대 실상은…

[제주매일 허성찬 기자]산학협력 우수대학, 세계적 수준의 대학(World Class College) 선정, 전문학사와 학사학위과정 동시 운영대학 등 전국 최상위 전문대학으로 도약하는 제주한라대학의 수식어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 이면에서는 교권탄압과 노조탄압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서 강의실에 있어야 할 학생들이 캠퍼스 곳곳에서 “우리 교수님을 돌려주세요”라며 탄원서 서명을 받는 모습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뜬금없는 호텔조리과 발령

2학기 개강을 2일 남긴 지난달 30일 오후 8시. 관광중국어과 양만기 교수는 호텔조리과로 소속을 변경하다는 한통의 발령서를 받았다.

14년 6개월간 관광중국어과에서 강의를 해 온 양만기 교수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대학측은 호텔조리과의 외국어 능력 강화 및 교수 충원을 위해 발령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양만기 교수는 관련 자격증도 없는데 호텔조리과로 발령조치 한 것은 지난달 21일 교수협의회의 ‘교권탄압 중지 및 민주적 대학 운영 촉구’ 기자회견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지난 3월 교수협의회가 출범한 이후 대학당국은 교수협의회에 각종 인사상의 불이익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교수협의회 가입 교수들에게 탈퇴를 종용하고 거부시에는 학과장을 비롯한 모든 보직과 각종 위원회에서 해임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정규 강의시간 중 이뤄진 교재 내용에 대한 설명을 문제 삼아 성희롱이라는 사유로 교수협의회 소속인 영어과 모 교수를 해임시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 공식 기구인 ‘성희롱 예방위원회’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달 21일 기자회견 참석자들에게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교수업적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경고 조치를 취했다.

현행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상에는 해당학교의 운영과 관련해 발생한 부당한 행위를 신고 또는 고발하는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의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받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학측, “정당한 인사조치”


대학당국은 양만기 교수의 전보발령과 관련해 교수협의회 탄압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호텔조리과 교수 충원을 위해 중국어과 교원 중 1명을 배치해야 했다는 것이다.

중국어과 내국인 교수 4명 가운데 1명은 학과장을, 1명은 공자학원 원장과 국제교류 원장을 맡고 있어 보내기가 어렵고, 관광중국어 특성화 강화 차원에서 중국 명문대가 아닌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양만기 교수밖에 보낼 사람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호텔조리과 관광학부에서도 외국어 교육을 시행하고 있고, 중국어 강의도 중점과목으로 개설돼 있기 때문에 전공과 관계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 1학기에도 관광영어과 소속이던 교수를 호텔조리과로 발령한 바 있어 양만기 교수가 교수협의회 소속이라서 부당한 발령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 학생·학부모, “전보발령 철회해야”

하루아침에 담당교수를 잃은 관광중국어과 학생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인사발령이라고 분개하고 있었다.

학생들에 따르면 양만기 교수를 보고 중국어과를 선택한 경우도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캠퍼스 곳곳에서 부당한 인사발령을 철회하라며 탄원서 서명을 받았으며, 2주도 채 되지 않아 3500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한 학생은 “수업시간표까지 다 나온 마당에 갑자기 예고도 없이 발령조치가 나서 당황스럽고 불이익을 받는 느낌이다”며 “교수님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뺏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님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 위해 탄원서를 받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총장 면담을 했다”며 “면담 내내 교수협의회 폄하 발언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 학부모는 “개강을 코앞에 두고 인사발령을 한 것은 학생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처사이고 기가 막힌 상황”이라며 “대학 교육이 학생들을 최우선에 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적했다.

▲노조 단체교섭도 입맛대로

교권 탄압과 더불어 노동조합 탄압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대학노동조합 한라대지부(지부장 이준효)가 설립된 것은 지난 3월.

지난해 4월 대학측이 교직원 취업규칙 및 보수규정을 제정하며 직원들을 탄압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한 것이다.

종전에 한라대는 공무원보수규정과 공무원복무규정을 적용받는 정규직원, 연봉제계약직원, 연봉제계약직 조교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제정된 보수규정에 따르면 4급으로 승진할 시 각종 수당이 삭감·감액되며 정기승급제 폐지되고 연봉제 계약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연봉책정을 대학측의 입맛대로 할 수 있고, 연봉액도 총장이 수시로 가감할 수 있다는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노조가 설립되자 대학당국은 신규 직원을 추가로 채용하면서 ‘제주한라대학교 노동조합’을 설립해 복수노조체제로 만들고 해당 노조와 단체교섭을 체결했다.

지난 7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민주노총 산하 노조를 교섭단체로 결정했음에도, 한라대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와 단체교섭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

노조에 대한 탄압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3년 이상 근무하며 무기계약으로 전환한 직원들을 임용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 조치하고,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 전문직으로 근무한 정규직원들도 뚜렷한 이유 없이 학부나 2년 한시계약직인 학과 조교로 발령내기도 했다.

특히 학교 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했다는 이유로 노조지부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죄로 고발하고, 참가직원 21명 전원에게 서면경고 했다.

이준효 지부장은 “대학측이 단체교섭을 거부하며 갖가지 방법으로 노조와 조합원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교섭 일정과 관련해 김성진 한라대 기획처장은 “이달 초 민주노총 산하 노조에 단체교섭 협상을 제안했다”며 “다음달 초 단체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