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시인.前 초등학교장
▲ 김광수 시인.前 초등학교장

   
 집 앞 전봇대에 까치집을 짓는 것을 보면서 까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침에 우는 까치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여겼다. 이른 봄 잎이 돋아나기 전에 은행나무 느티나무 미루나무 이태리포플러 등 낙엽활엽수에 둥지를 트는데 마을 사람들은 까치를 괴롭히거나 함부로 잡는 일이 없었다.
 까치는 사람이 사는 주변을 벗어나지 않는 곳에서 살아온 친근한 새로 여겼다. 심지어 사람 흉내까지 내어 지능이 높은 새로도 여겼다. 그래서 까치가 없던 제주에도 까치를 들여와 악연은 시작되었다. 길조라는 명예를 얻고 기뻐하며 제주 땅을 누볐다. 지금은 유해조류라는 불명예를 안고 연명하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까치는 지난 1989년 8월 국내 모 항공사와 서울의 모 언론사가 이벤트성 행사로 50여 마리를 가져다 방사한 것이 시초라 하는데 그동안 천적 없이 무한 번식하고 있어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7-8년 전만 하여도 아라 2동 전에 살던 집 마당에 까치들이 많이 찾아왔었으나 요즘에는 덜하다는 느낌이다.
 그 때는 텃밭에 찾아와 먹이를 찾아 먹는데 잡식성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먹는 것은 다 먹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빵이나 떡을 잘게 쪼개서 던져주면 먹기도 하고 다른 곳에 물어다 숨겨(보관)뒀다 먹는다는 것을 알았다. 집 마당에 찾아오니 반가워서 그랬다. 그 무렵 당국에서는 까치를 잡는 틀을 제작하여 까치를 포획한다면서 동네에 설치한 것을 보았는데 효과가 그리 좋지 않았는지 철거해버린 것을 보았다. 그 후로는 계속 까치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심하다는 사실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전봇대 위에 둥지를 틀어 정전피해를 유발하며 삼나무 등 큰 나무에도 둥지를 틀어 자손을 번식한다. 그러나 감귤 단감 수박 딸기 등 많은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서 그 피해는 엄청나 농심을 울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우리주변에서 까치는 자손을 남기려는 본능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어서 안타깝다.
 지난 봄 까치 한 쌍이 집 앞 전봇대 높은 곳에 들락날락하며 집을 짓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까치는 안 보였다. 총을 맞아 안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짓다만 까치집만 동그마니 있었는데 처리부서에서 찾아와 해체하였다.
 아무리 까치가 마을에서 살려고 발버둥 쳐도 생존은 위태롭게 되었다. 농가에 피해를 엄청나게 주고 있으니 자업자득이다. 전봇대에다 집을 짓던 나무에다 집을 짓던 그 완벽하게 지은 집이라도 당국에 의해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집 근처에서만 전봇대 2곳과 삼나무에 짓던 까치집이 해체된 것을 보았다.
 당국에서는 까치 포획사업을 추진하여 제주자연생태계 파괴를 막고 농작물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노래를 부르며 설날의 정취를 표현하고 있는「까치 까치 설날」노래만은 마음의 소중한 정서적 가치로 삼아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까치 까치 설날>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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