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히드마틴 등 방산업체 직원 수천명 일시해고 예정
"이란·시리아 제재 및 대북 정보수집·분석도 영향"

닷새째에 접어든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으로 미국의 국방·안보·정보 부문도 본격 영향권에 들었다.

방산업체 직원 수천명이 7일(현지시간)부터 일시해고될 예정이고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제재 업무나 북한을 상대로 한 정보 수집 ·분석 활동도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대 방산업체로 F-35 전투기 등을 생산하는 록히드마틴은 셧다운 여파로 직원 3천명이 내주부터 일시해고된다면서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대상 직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5일 밝혔다.

메릴린 휴슨 록히드마틴 회장은 성명을 내고 "이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사실에 실망했으며 의원들에게 예산안을 통과시켜 셧다운을 끝내달라고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F-35 프로그램을 이끄는 크리스 보건 미국 국방부 중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록히드마틴이 지난달 80대의 F-35를 국방부에 납품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정부 셧다운으로 비행 시험과 전투기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산업체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UTC)도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7일부터 블랙호크 헬리콥터를 생산하는 시코르스키 항공 부문 직원 2천명이 일시 해고될 수 있으며 산하 프랫, 휘트니, UTC 에어로스페이스도 2천명이 일손을 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UTC는 셧다운이 다음 달까지 계속되면 직원 5천명이 추가로 일시해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거대 방산업체 중 하나인 BAE시스템은 셧다운으로 인해 직원 3만5천명 가운데 10∼15%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잉사도 "일부 분야에서 직원들의 제한적 일시해고에 대비하고 있다. 수일 내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산업체들은 셧다운 이전에 계약을 체결해 자금을 확보했더라도 정부의 감독 없이는 군수품을 제조할 수 없다.

방산업체 로비단체인 항공우주산업협회(AIA)와 미국방산협회(NDIA)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가장 당면한 우려는 국방부 산하 국방계약관리처(DCMA)의 감독이 없다는 점"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백악관은 셧다운 여파로 일부 재무부 업무가 중단돼 이란과 시리아, 테러 조직, 마약 카르텔 등의 제재 활동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직원이 일시해고로 인해 175명에서 11명으로 줄어들면서 핵심 기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부서는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등의 관련 법을 어긴 북한이나 이란, 시리아 등의 기업이나 개인의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과 거래할 경우 제재를 가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에 따라 제이컵(잭) 루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해외자산통제국의 업무를 '필수'로 전환해 직원들을 복귀시키라고 촉구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서한에서 "이 부서 직원들이 국가안보에 아주 중요한 긴급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셧다운 기간에도 법적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는 이날 미국 정보기관이 북한 관련 정보를 처리하거나 탄도미사일 동향을 감시하는 데 지장을 받고 있다고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DC의 정보기관들이 북한과 관련해 나오는 정보 일부를 셧다운 이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리는 일부 정보기관들이 대테러나 핵 비확산 등 주요한 몇몇 사안들에만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나 시리아 등의 탄도미사일 동향을 살피고 외부로부터의 사이버공격을 방어하는 활동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이란 같은 적국이나 해커들이 셧다운을 틈타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앞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2일 의회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정보기관 민간인력 70% 이상이 셧다운으로 일시 해고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정보 업무에 50년간 종사해 왔지만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며 "외국 정보기관들에는 인력 모집을 위한 꿈같은 상황(dreamland)"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