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윤 전 제주민예총 정책실장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은 물론 제주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축제들이 연일 개최되고 있다. 인류가 시작되면서 발생되고 즐기던 축제는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선사시대 벽화나 유물을 보면서 전통시대 축제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다. 문자기록도 없고 한순간 펼쳐지고 끝나는 일회적인 의식이었기 때문에 역사기록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나라들은 각자의 문화적 색깔을 가지고 다양한 축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또는 관광객 유인을 위한 수단으로 크고 작은 축제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주만 하더라도 50여개가 넘는 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제주의 참맛을 선물하기위해 마을주민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서 노력하고 있다.

해외에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통 1년에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일천만명인데 이 가운데 이백만명이 제주를 찾는다니 숫자만 놓고 볼 때는 놀라울 따름이다. 중국의 여유법 시행으로 방문객 감소는 피할 수 없다고 예측하기도 한다. 반면에 전화위복의 기회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비록 단체관광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단체관광객 수가 40~60%정도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저절로 제주관광이 품격 높은 관광지가 될 것이란 낙관은 금물이다. 제주의 자연적인 아름다움도 소중하지만 제주의 역사문화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는 게 질적 성장을 이끄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문화관광은 방문객 입장에서 볼 때 시간투자와 노력이 뒤따라야 충분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관광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라고해서 그 지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경험을 제공하는 측에서는 관광객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방문객 눈높이에 알맞은 상품을 개발해야한다.
보통의 방문객들은 역사적 사실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매개물을 통해서 지역을 이해하기를 원하며 편안한 체험이 되기를 원한다. 그 지역에서 아무리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자원이라도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주의 역사를 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제주를 찾는 방문객들의 제주역사와 문화, 정서에 대한 이해는 낮을 것이라는 전제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너무 어렵게 접근해서는 힘들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러 제주를 찾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서 역사문화의 사실적 재현도 중요하지만 일부 사실이 변형되더라도 간접적이며 은유적인 재현이나 체험을 제공해야한다. 어렵고 딱딱한 체험 보다는 즐겁고 편안한 체험을 추구하려는 방문객의 성향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여행 설계 단계에서부터 관광목적지에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품개발과 아울러 관광객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코스나 매뉴얼 개발, 가이드교육, 적극적인 마케팅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축제의 계절 가을, 이백만 외국인이 찾는 제주에서 어둡게만 생각되어 질 수 있는 제주 역사의 한 자락을 축제로, 역사문화관광상품으로 엮어서 선보이는 노력들이 보태질 때 제주는 품격 있는 관광지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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