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조깅길’ 〉3만명 ‘고생길’ 밀어내

제주시 4.3km 인도조성에 16억 투입
신설동~동부관광로 개설엔 5억 ‘생색’


제주시가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조성한 제2우회도로 공사를 ‘만족할 수준’으로 마무리 하지 못한 채 봉합한 뒤 소수의 보행자들을 위해 거액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이름도 생소한 이른바 ‘웰빙로’ 조성사업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시는 이달초 개통된 제주시 제2우회도로 신제주(해역사 입구)~국도 11호선(제주영지학교 인근) 구간 인도에 폭 3~5m 길이 4.31km인 이른바 ‘웰빙로’를 조성키로하고 이에 따른 예산 16억원을 제 1회 추경예산에 편성해 제주시의회에 제출했다.

제주시가 구상하는 ‘웰빙로’는 보행자들 특히 조깅을 하는 시민들이 달릴 때 충격이 흡수되는 ‘특수인도’를 만드는 것.
시 중심지와 500m이상 떨어진 이곳에서 최근 조깅 및 보행을 일삼는 시민은 하루 평균 300명선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한마음 병원 남쪽(신설동)에서 제2도시우회도로가 중단돼 당장 연동 및 노형동 등 신시가지 방면에서 몰려든 차량들로 ‘새로운 교통난’을 겪고 있는 제주시 일도지구 주민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동부관광도로까지 불과 2km를 목전에 두고 개설공사를 멈춰 이 도로 이용을 근본적으로 차단당하고 있는 삼양.화북.봉개지역 3만여명의 시민들이 시선은 더 냉랭하다.
제주시는 이 같은 주민들의 ‘불만’을 일부 인식한 듯 올 1회 추경에 5억원을 계상, 신설동에서 동부관광도로 구간에 편입토지매입을 벌일 계획이다.
그런데 제주시가 편성한 5억원으로 매입할 수 있는 토지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해 ‘생색내기’라는 지적을 자초하면서 동부지역 주민들을 더 자극시키고 있다.

제주시가 동부관광도로까지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최소 25m(도로 폭)×2000m(도로 길이), 5만㎡(약 1만5200평)의 토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곳 토지 보상가격이 평당 40만원만 하더라도 5억원으로 매입할 수 있는 토지는 1250평에 그쳐 전체 예상토지의 10%도 매입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결론적으로 3만여명의 동부지역 주민과 수천명의 일도지구 주민들의 불만과 불편을 뒤로한 채 하루 200~300명 시민들의 ‘조깅 편의’를 위해 이름도 생소한 ‘웰빙로’를 조성해야 하는지 타당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도지구를 비롯해 삼양 화북 봉개 주민들은 웰빙로의 경우 시민복지타운 조성사업과 이도2지구 조성사업이 완료된 뒤 조성해도 늦지 않은 만큼 지금은 제2우회도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동부관광도로까지 개설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개통된 이곳(제2우회도로)에서 보행 및 조깅을 하던 시민들과 차량이 부딪히는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사고 예방을 위한 경찰의 의견도 접수된 만큼 웰빙로 조성사업 필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는 이달 초 사업비 530억원을 투입, 제2도시우회도로를 개통했는데 동부관광도로까지 2km 개설사업은 2008년 이후에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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