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행자부 협조아래 국회상정 등 묘수찾기 부심

'행정계층구조개편'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8일 제주도 시군의회협의회는 오후 5시 제주시 크라운프라자호텔에서 지방자치발전 연찬회를 열고 '제주형 행정계층구조 개편추진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제주도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혁신안'으로 가기 위한 여론몰이라는 지적과 함께 시. 군의원들은 시장. 군수 임명제 및 시. 군의회 폐지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지난달 도민설명회가 시작되면서 설명회장에서 간간이 터져 나오던 목소리들이 조직화된 양상이다.

같은 날 김태환 도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결과야 어떻든 질질 끌어 온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도민설명회 직전 제주발전연구원과 한국갤럽이 조사한 '행정계층구조에 대한 도민인지도'는 40% 정도.

현행법은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유권자의 1/3이 참여해야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궐선거 투표율이 통상 40% 이내라고 가정하면 인지도가 낮을뿐더러 누구를 뽑는, '이해관계가 걸린' 투표가 아닌 탓에 현재로서는 투표를 위한 조건을 충족치 못하는 셈이다.

반면 도민설명회가 전개되고 시. 군의원들의 반발 또한 일반 도민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인지도는 앞으로 급속히 높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혁신안과 점진안의 선호도 차이.

여론 조사를 보면 혁신안은 56%선이고 점진안은 40% 이하로 나타났다.
당초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혁신안 7할, 점진안 3할 정도의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격차가 많이 줄어 든 셈이다.

더욱이 혁신안 선호율이 종전 '제주도 행정계층구조는 비능률적이고 낭비요소가 많다'는 도민 인식이 그대로 반영됐고 적극적으로 이를 주장하는 주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점진안 선호도는 향후 시. 군의원들의 자발적인 '선거운동'에 의해 격차를 줄이게 된다는 분석이다.

제주도정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민감한 사안'을 제주도가 성급하게 밀어붙일 이유 또한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김지사는 '확고한 방침'을 피력했다.
마무리 모양새와 관련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도민사이의 논란을 이번 기회에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도민 여론에 의지하거나 중앙정부의 방침에 기댈 수밖에 없다.
도 관계자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면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제주도로서도 명분을 얻고 논란자체도 다시 재발하지 않는 적절한 대안마련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애매한 제주도의 입장.

행정계층구조개편은 가깝게는 국제자유도시가 추진되면서부터, 멀게는 도제가 실시되면서 비롯됐다.
종전 문화권을 중시하는 동. 서군 체제 개편이 제기된 적도 있다.

이번 개편안은 시. 군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시장. 군수 임명제, 시. 군의회 폐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혁신안'을 담고 있다.
단층화 논의는 최근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여. 야의원들은 일제시대부터 지속돼 온 현행 행정계층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점을 들면서 실현 여부는 제쳐두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제자유도시로 가기 위한 특별자치도, 특별자치를 하려면 단층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제주발전연구원이 5가지안을 만들었고 1,2 차 여론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토대로 행개위는 제주도-제주시, 서귀포시-읍면동 이라는 '혁신안'을 도출했다.

제주도는 이 혁신안과 현행 체제 유지의 점진안을 도민에게 홍보한 후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는 방침을 굳혔지만 도민 설명회 과정에서 쏟아지는 비판여론에 이어 '시. 군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발'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실 선출직인 도지사로서도 절반에 가까운 도민들과 정책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까닭이 없다.
또한 '혁신안'으로 가야 한다는 계층에게도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을 받기 싫은 탓에 어떠한 모습이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이지만 최근 전개되는 국면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이에 따른 제주도정의 움직임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가장 쉽게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대로 행자부의 협조아래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하는 방안이다.
둘째는 시. 군의원을 포함한 혁신안 반대 도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개편 논의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다.

이밖에 모든 상황을 행자부에 알려 중앙정부의 지침을 따르는 방식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1안은 혁신안 반대계층의 비난, 2안은 '애초 논의를 시작한 명분을 벗어났다는 지적, 3안은 '지방자치시대에 주체적이지 못한' 정책임을 드러내게 된다는 점에서 도정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형편이다.

'시. 군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발'과 '도지사의 마무리 방침 확인'이 엇갈린 3월 28일 이후 '제주도 행정계층구조 개편' 작업이 어디를 향할 것인지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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