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한동주 시장 발언 파문 들끓는 민심>

특정고교 인사파일 선거 악용 조직적 가담 의혹
공무원 사병화 논란 확산… 도, ‘꼬리 자르기’ 급급

▲한동주 시장 발언은

지난 29일 ‘2013 재경 서귀고인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 행사장에서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의 ‘선거운동 발언’은 지금까지 선거에서 공직사회가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귀포시의 ‘수장’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역 고등학교 동문회에서 할 수 있는 ‘의례적인 축사’를 통해 지방선거 지지를 요청한 것은 현재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는 한 전 시장의 “내면적인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다”는 발언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된다. ‘우 지사가 내년 선거에서 당선이 되면 한 시장의 서귀포시장 임기가 늘어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서귀고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라는 논리의 거래다.

한 전 시장은 관급(공사) 계약도 언급했다. “제가 더 해야 서귀포시내에서 사업하는 분들 계약 하나 더 줄 수 있고 그렇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도와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공직사회 ‘연줄’에 의한 ‘끌어주기’를 비롯해 관급 계약에도 ‘검은 손’이 미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관계 규명 등 비난 목소리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은 이번 사태에 대한 사실 규명과 우근민 지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일 “선거판 매관매직 거래조직 뿌리를 뽑고 수사당국은 우근민 지사부터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제주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 지사부터 전격 소환해 수사를 해야 한다. 한 전 시장에게만 책임을 물어 꼬리자르기식 직위해제로 그칠 사항이 아니다”라며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에서 이 사건을 중대한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보고 우 지사까지 엄중한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서귀포시 공직자의 구체적인 고교 출신 분석 대목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런 자료는 엄중한 보호 아래 인사파일을 관리해야 하는 총무과에서 아니 내놓았다고 볼 수 없다. 시장의 사사로운 선거파일에 제공되었음이 사실로 드러났으므로 이 또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조직적인 가담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지난 30일 “‘현대판 매관매직’ 우근민 도정 부패가 드러난 사건이다. 우 지사는 분명한 해명과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긴급 논평을 냈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한 전 시장의) ‘내면적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다’라는 발언은 우 지사가 공직자에게 내년 선거를 매개로 종용과 거래에 나섰음을 증명해주는 것”이라며 진위 여부를 우 지사 스스로 밝힐 것과 한 시장의 시장직 사퇴,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의 엄중한 조사와 수사를 주문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측도 지난 29일 성명을 통해 “우 지사의 공무원 사병화 실체, 그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도지사는 꼬리 자르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제주도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1일 박희수 제주도의회의장 방에 모여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이 지난 29일 한 '발언'에 대한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긴급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제주도의 대응

제주도는 이번 사태와 관련 ‘이례적’으로 신속히 대응했다. 문제가 불거진 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30일 한 시장을 직위해제하고 양병식 부시장의 직무대리를 조치했다.

한 전 시장이 서귀포시장으로 취임한지 100여일 밖에 안됐지만 제주도는 제주도감사위원회나 선거관리위원회 및 수사기관 등의 조사·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곧바로 직위해제를 했다.

제주도는 보도자료에서 “감찰부서가 발언 경위 등을 상세히 조사한 후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행위가 드러나면 사법기관 등에 수사의뢰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직 감찰부서에서 상세한 조사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직위를 해제했다고 인정한 꼴이다.

이 같은 상황만을 놓고 볼 때 제주도가 한 전 시장의 발언 여부와 사실 관계 등을 단 몇 시간 만에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어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에서 주장하는 ‘꼬리 자르기’라는 의혹만 키우고 있다.

▲제주도의회 반응은

한 전 시장의 발언 파문이 확산되자 제주도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1일 박희수 의장실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각자의 의견과 앞으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따라 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별도로 갖고 우 지사에 대한 대도민 사과와 한 전 시장에 대한 수사의뢰를 촉구하기로 했다.

의원들은 우 지사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남은 회기동안 제주도에서 발의하는 조례 심의를 거부하거나 현재 진행 중인 예산심의에서 민생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지 않는 부분은 ‘심의를 거부’하는 ‘일부 보이콧’도 검토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차기 서귀포시장은

벌써부터 차기 서귀포시장 직을 두고 여러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공무원들 가운데에서는 서귀고등학교 출신 고위 공직자를 비롯해 전 서귀포시 부시장 등이 유력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에 서귀고 출신에서 문제가 발생한 만큼 다시 같은 고교 출신 공무원을 발령하기에는 우 지사의 부담이 크다.

때문에 김상오 제주시장처럼 ‘의외의 인물’이 차기 서귀포시장에 낙점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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