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2014. 1. 14 송고>

 이  용  길 행정학박사 · 前언론인
▲  이 용 길 행정학박사 · 前언론인

  덕담하면 먼저 새해문안(問安)이 떠오른다. 연초(年初)에는 누구든 ‘덕스러운 이야기’로 수인사(修人事)를 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음에서이다. 복(福)을 비는 간단한 예(禮)에서부터 신년사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도 다양하다. 물론 외국에서도 나름대로의 인사방법은 있겠지만, 우리의 새해맞이는 유별나게 남다른 풍습이라고 하겠다. 더욱이 정중하고 소박한 기복(祈福)류의 발원(發願)을 많이 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이웃과 더불어 나누며 살아가는 ‘정(情)’의 민족임은 분명한 듯싶다.
  새해가 되면 ‘높은 분’들은 으레 신년인사를 통해 덕담을 띄운다. 위로와 격려, 그리고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언어로 가득하다. 신년하례회 등에서도 덕담은 이어진다. 그러나 정작 덕담의 백미(白眉)는, 설 명절에 웃어른이 세배를 하는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성공과 건강을 빌어주는 ‘말씀’이다. 덕담이란 ‘상대방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말’이기에, 꼭 정초(正初)에만 한(限)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도 덕담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 특히 결혼식에서 주례가 신랑 신부에게 당부하는 말은 덕담 중의 덕담이라고 할 터이다.
  아무튼 신년 초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수도 없이 주고받는다. 여기에는 조심스럽게 지켜야할 예절이 있다. 웃어른에게는 “복 많이 받으십시오”가 아니라,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십시오” 또는 “만수무강 하십시오”가 올바른 예법이다. 이에서 웃어른은 “그래, 복 많이 받게나” “건강하고 소원성취 하게나”라는 덕담을 자연스레 건네게 되는 것이다.
  새해 벽두에는 덕담 말고도, 자기 스스로의 장래를 위한 결심을 하는 게 보통이다. 특정 계획을 세우고 이번만은 반드시 실천하리라며 단단히 ‘자신과의 약속’을 한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 그것이다. 겨우 사흘밖에 못 간다니, 참으로 한심스런 노릇이다. 오죽해야 ‘매 3일마다 새롭게 결단을 내린다면, 1년 내내 작심삼일이라는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농담까지 나왔을까. 방법이 있기는 하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새해 들어서는 어떤 덕담들이 오고 갔을까. 네 글자로 된 이른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주를 이룬다. ‘교수신문’이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신년덕담은 전미개오(轉迷開悟). 난해한 학문을 하는 교수들이라서 그런지 어려운 말을 썼다.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라”는 의미란다. 정부부처의 장관과 기업체의 장들도 거의 한자(漢字)말을 사용하고 있다. 선우후락(先憂後樂·근심할 일은 남보다 먼저하고 즐길 일은 남보다 나중에 하라), 마불정제(馬不停蹄·달리는 말은 말발굽을 멈추지 않는다), 교룡득수(蛟龍得水·용이 물에 드는 것처럼 좋은 기회를 얻으라)등등 이해하기 힘든 용어들이다. 그렇지만 ‘좋으라’고 하는 덕담이니 ‘좋게’ 받아들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올해 2014년, 단기 4347년은 ‘말(馬)의 해’라고 한다. 아직 음력태세(太歲)로는 갑오년(甲午年)이 아니고 1월 31일 설날부터야 시작이 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말은 생동감과 박력의 상징이다. 모두들 말처럼 힘차게 도약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이쯤에서 세평시평자도 덕담 한마디를 덧붙여 본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고 괴롭고 슬프고 분하고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라 할지라도, 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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