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위령제 박근혜 대통령 참석 여부 관심

[제주매일 김지석 기자] 우리 사회에는 청산하지 못한 ‘불편한 과거’가 남아 있다.

단지 ‘현대사 비극’이라고 말할 뿐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채 여전히 ‘아픔’으로 존재하고 있는 ‘제주4.3사건’도 이 중 하나다.

최근 정부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고하게 학살됐던 제주도민들을 위로하는 ‘4.3희생자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등 ‘제주4.3사건’의 아픔을 보듬고 나섰다.

이는 제주4.3사건(1948년)이 발생 66년 만에 이뤄진 값진 성과로, 2000년 1월 12일 4.3특별법 공포에 이어 2003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된 국가 공권력에 대한 대정부 사과한 지 11년 만이다.

▲현대사의 비극 제주4.3사건

4.3사건은 1947년 극심한 흉년 등이 겹친 데다 일제에 부역한 경찰들이 미군정하에서 다시 치안을 책임지는 군정경찰로 부정행위를 일삼는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던 중 3월 1일 제주읍 관덕정 마당에서 3.1절 28돌 기념집회 중 기마경찰이 탄 말의 말굽에 어린이가 치이는 사고가 났다. 이를 본 주변사람들이 돌을 던지며 항의하기 시작했고 경찰은 시위하는 군중에게 총을 발포, 일반주민 6명이 사망하는 ‘3.1발포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도민들은 발포 경관 처벌 등을 요구하며 민.관 합동 총파업을 단행했고 미군정은 계엄령을 선포, 서북청년단 등 극우반공청년단체를 파견해 도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를 단행, 투옥시켰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도민 지도자들이 한라산으로 입산하기 시작, 점차 많은 도민들이 한라산으로 입산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이런 가운데 좌익 무장대가 1948년 4월 3일 지서와 우익단체 요인의 집 등을 습격, ‘남한 단독정부 수립 반대’와 ‘응원 경찰 및 서북청년단 추방’ 등을 외치며 무장봉기를 일으킨 것을 시발로 제주 전체로 봉기가 확산돼 경찰 및 군과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4.3봉기에 연루된 수감자 대부분이 처형되고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주민들이 예비검속에 걸려 투옥되거나 학살됐다.

1954년 9월 21일 제주도 경찰국장이 한라산 금족령을 해제하고 지역주민들에게 부과했던 마을 성곽 보초 임무를 폐지함으로써 일단락됐지만 아직까지 4.3사건의 비극적인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정부차원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1980년대 후반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주4.3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제주도의회에 ‘4.3 특별위원회’가 설치.운영되는 등 제주4.3사건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어 2000년 국민화합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보상을 위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설치됐다.

진상규명위는 4.3사건 55년 만인 2003년 정부차원의 ‘진상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는 4.3사건에 대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반대와 연계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가 있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하게 주민들이 희생됐다”고 발표하고 정부차원의 사과와 희생자 지원을 건의했다.

또 △제주도민 및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사과 △추모기념일 지정 △4.3평화공원 조성 △유가족에 대한 생계비 지원 △집단 매장지 발굴 지원 등 7개항을 담은 대정부 건의안을 제출했다.

2003년 10월 故노무현 대통령이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잘못을 공식 사과한데 이어 2006년 위령제에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참석했다.

4.3사건에 대한 공동체적 보상의 하나로 4.3평화공원조성사업이 진행돼 2008년 3월 28일 4.3평화기념관과 위령제단 등을 갖춘 4.3평화공원을 개관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12월 제주 지역 대선 유세에서 “제주도민의 아픔이 해소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공약했고, 지난해 7월에는 4.3사건 추모기념일 지정을 약속한데 이어 8월 6일 ‘4.3특별법’ 개정(부대의견)으로 ‘국가추념일’ 지정이 가시화됐다.

▲ 국가기념일 지정 약속 ‘환영’

정부가 4.3희생자추념일 지정을 위한 입법예고를 하자 제주출신 국회의원은 물론 여당과 야당 모두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전했다.

강창일, 김우남, 김재윤 국회의원(민주당)은 17일 성명을 통해 “‘4.3희생자 추념일’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한 첫 공식 절차에 착수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노무현 정부 때 국가차원의 공식 사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끊임없이 ‘4.3사건’에 대한 사실이 왜곡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4.3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됨으로써 ‘4.3사건’에 대한 왜곡의 불씨를 소멸시켰다”며 “제주도민의 60주년 숙원사업의 실타래가 풀려 ‘화해와 상생의 제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명예도민인 추미애 의원(민주당, 서울 광진 을)도 “이번 4.3 추념일 국가기념일 지정을 통해서 수십 년간 쌓여왔던 제주 4.3의 한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환영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 강지용)은 “4․3 희생자 추념일 지정 입법예고는 도민들의 숙원이 풀리고 도민화합의 위대한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 고희범)도 “4.3희생자 추념일 지정 입법예고는 4․3희생자 유족과 제주도민의 60년 숙원이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 한다”고 전했다.

▲ ‘4.3 희생자 추념일’ 화해와 상생의 길로

‘4.3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한 입법예고 된 가운데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4.3 흔들기’가 또다시 일부 극우단체에서 재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4.3 희생자 추념일’이 희생자와 가해자의 이분법을 넘어 화해와 상생의 밑거름이 되고 응어리를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정문현 제주 4.3희생자유족회장은 “희생자 유족들은 지난 65년간 말도 못할 불이익을 당하며 숨죽이며 살아왔는데 이제야 유족들에게 햇빛이 비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아직 4.3사건이 완전 해결된 것이 아니라 이제야 첫발을 내딛고 있는 것인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첫 위령제에 꼭 참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국가기념일이 추진되자 일부 극우 보수세력에서 반대 행동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4.3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지금은 반세기 넘도록 이어져 온 제주 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풀 수 있도록 서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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