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종(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정책기획실장)
▲ 정윤종(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정책기획실장)

애초에 그것은 제주올레 현상이 만들어 낸 소소한 화제거리였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이처럼 소소한 화제거리가 눈덩이 커지듯 커지면서 전국적인 화제로 등장하더니 이내 한국사회의 흥미로운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발전했다. '제주이민' 얘기다.
 제주이민이 전국적인 화제거리로 등장하면서 '거침없이 제주이민', '왜 사느냐면, 제주도에', '제주에 살어리랏다', '제주 보헤미안' 등 제주 이주민들의 정착기, 에세이, 여행후기 등 관련 서적 출판이 봇물을 이루고, TV, 신문, 잡지 등 대중매체들이 연일 제주이민 관련 기획보도와 기사들을 다루고 있다. 이뿐이랴, 제주에 터를 잡고 정착하고 있는 유명 대중예술인들의 제주생활기가 방송매체, 잡지 등에 소개되면서 신비의 섬 제주의 매력까지 더해지는 듯하다.
 최근 3년간 제주이민으로 상징되는 인구유입이 가속화되면서 2013년 8월 제주인구가 60만 명을 넘어섰다. 1987년 50만 명을 넘어선 이래 26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제주 체류 외국인도 1만1935명으로 제주시 건입동 인구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1987년 인구 50만 명을 넘어선 이후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인구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특정 단기간에 인구 유입이 가속화된 것이다. 이쯤되면 제주이민이라는 현상은 이제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추세로 발전하는 듯하다.
 필자가 처음 제주이민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제주이민이라는 현상이 제주관광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 때문이었다. 제주이민자들은 제주에서 이색적인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이들이 제주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소개되고, 우리가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지역이 새로이 각광을 받고, 소규모 관광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제주이민자들의 지식과 경험이 변화가 필요한 제주관광에 새로운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최근의 관심은 제주이민자들이 새로이 그리는 제주문화지형도다. 제주이민이라는 말이 이제 문화이민이라는 말로 대치될 만큼 제주이민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활동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제주이민자들이 정착 초기 만든 이색 카페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새로운 문화지형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즉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처럼 여행자와 이주자로 구성된 문화중심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협재해수욕장 인근 쫄깃센터를 중심으로 서울 홍대의 인디문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타운이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서귀포 이중섭거리는 주말마다 열리는 서귀포 예술시장을 매개로 문화 이주자들과 지역 문화인이 함께 서귀포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김영갑 갤러리 근처 성산읍 삼달리는 많은 문화이주자들이 터를 잡으면서 제주에 근무하는 '다음' 직원들이 제주에서 가장 '핫'한 문화중심가로 떠오를 수 있는 지역으로 꼽았다.
 이제 사회적인 현상을 넘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은 제주이민은 단순히 인구증가라는 인구통계적 의미를 넘어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통해 제주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제주이민자라는 제주의 새로운 '사회적 자본'이 제주사회와의 화학적 결합으로 제주의 신 문화융성시대를 견인하는 폭발적 에너지가 됨으로써 이민자들의 행복과 제주사회의 새로운 축복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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