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자 (세이레어린이극장 대표)

▲ 정민자 (세이레어린이극장 대표)
최근 사회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 중 하나가 재능기부일 것이다. 재능을 기부한다, 얼마나 멋진 말인지. 기부라고 하면 돈 많은 사람들이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 아닌가. 하지만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이 세상에 일조 한다니, 어쩌면 돈으로 하는 것보다 더 값진 일이 될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돈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기부할까? 생각해보면 참 많다. 기업이나 전문직 변호사, 의사들이 베푸는 자원봉사만이 아니다. 기부라는 말을 안 써서 그렇지, 아이 봐 주기, 이삿짐 도와주기 등도 기부고, 맛있는 음식 나눠먹는 것도 기부고, 입던 옷이지만 나눠주면 다 기부가 된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는 경우도 요즘은 트렌드처럼 활성화가 되었다. 자신의 역량을 마케팅이나 기술개발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에 환원, 기여하려는 것이다. 찾아보니 순수하게 재능기부로만 운영되는 것들이 많아 새삼 재능기부의 힘이 얼마나 큰지, 재능기부형태가 또 얼마나 다양한지 놀라웠다. 필자도 지난 2,3년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당신은 빛나는 별입니다.’(당,빛,별)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대상으로 생일을 축하해주는 프로그램이었고 필자는 책읽어주는 일로 참여하게 되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처음에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고작 책읽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초라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활동을 하면 할수록, 가슴이 벅찼다. 베풀면 베풀수록 기쁨이 커진다는 걸, 몸으로 맘으로 느꼈다고 할까?
     
 재능기부 요구가 커진 건 경기가 불안하고 고용이 불안정하면서 사회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무엇이 원인이었든 재능기부가 사회에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특히 예술재능 기부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음악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춤을 추는 사람은 춤을, 의사들은 무료 진료로, 요리사는 요리로, 연극하는 사람은 함께 연극 활동을 하면서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니 부담도 없어 좋고 기부 받는 사람은 하고 싶었던 것, 배우고 싶었던 것을 해볼 수 있으니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양쪽 다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돈이 문제가 아니다.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마치 괜찮은 사람 같아 보이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연극으로 먹고 살다보니 돈보다 기분문제일 때가 더 많았다. 다만 재능기부가 악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재능기부가 붐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리이겠으나 착하게만 이루어진다면 좋겠으나 간혹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생긴다. 실물이 오가지 않은 거래다보니 오해가 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재능기부 해달라는 요청에 부득이 응하지 못하겠다고 했다가 ‘잘 나가니까 잘난 척이다, 까짓 거 시간 좀 내지’ 등등 뒷말이 무성하게 들리더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물론 예술가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재능기부라는 의미와는 맞지 않다. 재능이 존중 받을 수 있어야 흔쾌히 자발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고, 그 뒤를 잇는 활동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재능기부의 원래 의미는 돌려주는 미덕이라고 한다. 올 한해도 우리의 재능기부가 이 사회에 따스함과 아름다움을 나누고 돌려주는 기부가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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