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분(자연농 농부)
▲ 강성분(자연농 농부)

핀란드 교육이 좋다. 스웨덴 교육으로 가야한다. 등등 요즘은 북유럽식 교육을 선망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러한 부류들 중 단연코 선두에 서서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개탄하며 침을 튀기던 사람이다. 11년 전인가 독일출장을 갔을 때는 일부러 발도르프 본교에 찾아갔을 정도로 관심이 컸다. 마침 학교에는 전 세계의 발도르프교육 선생들이 모이는 행사가 열렸었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결혼할 생각은 커녕 자식도 없던 시절, 오로지 조카들을 위한 마음이 그 정도였는데 내 자식들을 키우는 지금이야 오죽하랴. 제주도 부모들의 교육열이 엄청나다지만 나도 한때 교육열이라면 어디가도 빠지지 않았다. 다만 방향이 많이 달랐다. 어떤 이들은 내게 “교육을 위해서라면 서울에 있어야지. 왜 이런 시골에 오냐”고 의아해 했지만 믿거나 말거나 제주이민 목적의 20%는 내가 좋아서, 80%는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그래서 작은 학교 살리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그때 교육청의 한 간부는 내게 “고등교육은 모르지만, 유치부나 초등교육만큼은 제주도가 핀란드보다 낫다.”고 하였다. 나는 속으로 “아이고, 세상에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을......”하고 생각했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여섯 살 배기 풍천초 병설 유치원생이 된 아들은 주말이나 밤에도 유치원에 가겠다고 설쳐댔다. 물론 친구와 싸우고 시큰둥해서 오는 날은 다신 안 간다면서도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유치원으로 향했다. 정말로 즐겁고 행복해보였다. 아이들 아홉 명을 두 분의 선생님이 돌보아 주셨다.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학습재료들은 훌륭했고 만지고 두드리는 것들이 많았으며 수시로 아이들에게 책이며 결과물을 들려 보냈다. 수없이 많은 현장학습은 소풍이나 다름없었고 그때마다 점심도 대부분 학교에서 준비했다. “학교 밥이 엄마 꺼보다 맛나다”고 아빠도 못하는 말을 감히 엄마 앞에서 했다. 나는 ‘절대 공부 열심히 하지 말라’고 가르쳤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들은 유치원에서 하는 공부가 재미있단다. 그런데 아무리 학습재료가 좋고 시설이 좋은들 선생님이 무서우면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아들은 선생님을 무척 좋아했다. 선생님은 나같이 정신 깜박깜박하는 엄마가 아들의 귀가시간을 잊고 다른 일을 보고 있으면 기꺼이 늦게까지 돌보아 주셨으며 원장이자 교장 선생님은 스쿨버스 도우미로 수시로 나섰다. 유치원 아이들 이름도 알고 있었다. 학교에 승마 프로그램이 있고 마을도 자체적으로 승마를 시켜주니 아이들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현재 공사 중인 천연 잔디운동장 한편에 커다란 인라인 스케이트장이 생길 예정인데 형편의 차이 없이 모든 학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전교생 숫자대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구매했다. 압권은 유치원 졸업식이었다. 그동안의 생활을 동영상에 담았는데 제주도의 수많은 관광, 체험시설을 안 가본 데가 없지 싶다. 게다가 선생님이 직접 모든 사진을 고르고 편집해서 아이들 하나하나에 맞춘 앨범을 제작했는데 평생 간직할 소중한 재산목록이 되었다. 감동의 졸업식 후 짜장면을 먹으며 여기저기 자랑을 해댔다. 이제 지면을 빌어 대대적인 자랑을 좀 하련다. 이정도면 북유럽 아니라 영국귀족 학교도 부럽지 않다고.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