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길 (행정학 박사 · 前언론인)
▲ 이 용 길 (행정학 박사 · 前언론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이름이요, 국가형태이다. 우리 헌법 제1조 제1항인 본 조항은 국민 모두가 잘 아는 명문규정이다. ‘대한’이라는 국호는 1897년 고종황제가 조선이 ‘자주독립국’임을 세계만방에 선포하고, 국명을 ‘대한제국’으로 개칭(改稱)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이어서 일제강점기 상하이(上海)임시정부가 제국(帝國)을 민국(民國)으로 고쳐 대한민국이라 칭하였고, 이 명칭이 광복 후 헌법제정 과정에도 그대로 계승되어 정식 국호가 된 것이다. 원래 ‘한(韓)’은 고대의 삼한(三韓)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에서 ‘대한’은 국명이고 ‘민국’은 국체(國體) 또는 정체(政體)인 국가형태를 말한다. 헌법제정 당시 국회에서는 “민국이라는 용어자체가 민주공화국과 동일한 뜻이므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문장은, 유사한 단어가 중복되는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하는 의원도 있었으나, 원안대로 가결되었다.
  그렇다면 민주공화국의 ‘민주’와 ‘공화’는 각각 무엇인가. 우선, 민주주의의 줄임말이기도 한 민주(民主)는 글자그대로 ‘백성(民)이 주인(主)’이라는 말이다. 영어 데모크라시(democracy)의 어원이 민중과 권력을 포함하는 합성어라고는 하지만, 누가 번역했는지 잘도 똑 부러지게 풀이해놓았다. 백성이 주인이기에,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 있음(주권재민-主權在民)은 자명한 사실이다. 민주주의를 논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명언이 있다. 바로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치’라는 미국 16대대통령 링컨의 연설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인민에 의한’정치가 민주의 핵심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기본적 인권을 비롯하여, 자유권·평등권과 법치주의 등을 그 근본원리로 삼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공화라는 단어. 공화(共和)를 한자말로만 보면 ‘공동으로 화합’하는 것이 된다. 리퍼블릭(republic)이라는 영어에서 따온 것으로, ‘특정 개인’이나 ‘소수(少數)의 것’이 아닌 ‘공공(公共)의 것’이라는 말에서 연유한다. 따라서 공화국이라고 하면, 왕정(王政)이나 군주(君主)국가와는 다른 ‘공민(국민)국가’를 이르는 것이다. 표현상 같은 공화국이라 하더라도 그 성격은 크게 다를 수 있다. 민주적(자유주의적·입헌적)공화국이 있는가 하면, 전제적(전체주의적·독재적)공화국이 있기 까닭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주권과 권력분립, 의회주의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명명백백한 민주적 공화국이다. 헌법에 그렇게 뚜렷이 밝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처럼 헌법에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한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당당한 민주공화국의 일원인 것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명심해야할 일이 있다. 공화를 공적인 화합이라고 한다면, 이를 위해 우리는 공공의 이익과 공공선(公共善)을 추구하며 사회적 조화를 이뤄나갈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당연히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사익(私益)의 주장이나 특정집단의 무분별한 단체행위는 자제돼야 마땅하다. 진정한 공화는 선공후사(先公後私) 즉, 공적인 것을 먼저하고 사적인 것은 뒤로하는 공동체 의식과 시민정신을 전제로 한다.
  민주국민인 우리는 그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반대하거나, 비판을 가할 수 있다. 다만 공익과 국익을 고려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와 공화사상에 적합한 일인지를 신중히 추구(追求)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민주’라는 물고기는 ‘공화제’라는 물에서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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