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탐라문화보존회 김 재호
▲ (사) 탐라문화보존회 김 재호

제줏 쇠를 배 태왕 육지레 싫어 나르젠 허민 요즘은 용달 차에 태왕 쇠를 부두에 옮기지만
그 때 그 시절 사오십년 전에는 송당, 성산포, 한림 심지어 대정 모슬포에서도 초등학생 아이덜이 한 두 마리씩 쇠를 성안 부두에 이껑 댕겼다.
볽은 때도 아니곡 왁왁헌 밤, 포장 되지 않은 자갈 길을 다섯 시간 혹은 일고 여덟 시간을 꼬딱꼬딱 쇠 조름을 따라 걷는다.
손전등이나 가로등이라고는 번찍이었던 시절 밤새 걸어 성안에 닿으면 동이 튼다.
쇠 모랑 온 운송 비용은 소 한 마리 당 백원을 받는다.
웃뜨르 땅 값이 평당 십원 이십원이었고 영화관 단체 관람료가 이원 삼원 하던 시절이니 일백원 현찰은 아이들에게 쏠쏠한 목돈 수입이다.
아마 요즘 돈 십만원 이상 가치였을 것이다. 배가 있는 동 부두에 도착하여?항구 식당에서 맛나는 낭푼이 국수로 허기진 배를 채우니 마당 쓸다 동전 줍는 모양새다.
쇠를 맹심 허영 잘 이껑 댕기는 고급 기술 덕분에 보굼지와 배를 채웠으니 세상이 몬 내 것이다.
쇠를 모랑 성안으로 오몽헐 때 걸음이 젠 쇠도 있지만 간세나 몽캠으로 걸음이 뜬 쇠도 있게 마련이다.
젠 쇠가 아맹 제기 거렁 목적지 부두에 도착 한다 한들?뜬 쇠가 몽캐곡 자파리 허명 걸어도 사라봉 조꼬띠 고우니 모르(지금 화북동 교육대학앞 오르막)까지는 간다.
소를 배에 싫을 동 부두에 몬 왔다는 셈이다. 고우니 모르 동산만 넘으면 부두는 코앞이다.
‘고우니‘는 고우니라는 이름을 가진 태우리가 살아던 마을 이름이고 ‘모르’는 평탄한 길이 아닌 호썰 오르막 길을 이르는 제주어다.
‘젠 쇠 성안 감시믄 뜬 쇠도 고우니 모르는 가주‘
많이 배운 이 덜 배운 이, 많이 가진 자 덜 가진 자, 거기가 거기, 오십 보 백 보란 얘기다.
많이 배웠다고 많이 가졌다고 뽐내거나 잘 난체 할 일이 당췌 아니다.
잘난 놈 못난 놈, 종잇장 한 장 차이고 먼 디 뽀딘 디 그디가 그디다.
십여년 전쯤
연삼로 구 세무서 윗길 어느 울담에 제주어 표기로 셋놈, 말젯놈,
큰놈 이라는 현수막을 걸어놓아 가는 이 오는 이를 빙세기 웃게 하였다.
아마도 제주어를 아끼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했을 터이다.
어느 날은 셋 보름, 하뉘 보름 마 포름 으로 글이 바뀐다.
그러다 '젠 쇠 가시믄 뜬 쇠도 가주' 란 글이 내걸린다.
'젠 쇠 성안 감시믄 뜬 쇠도 고우니 모르는 가주' 라는 제주 속담을 잘못 표기했음이다.
'젠 쇠 감시믄 뜬 쇠도 가주' 로 하면 그나마 문맥은 맞는다.
누군가가 잘못된 표기를 존단이 했는지 그 후론 그 곳 담벼락에 내걸리던 제줏말 현수막은 자취를 감춘다.
학교 선생님이나 학보모들이 제주어를 촌 말 쯤으로 내무리멍 표준어 만을 사용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선조들 보배스러운 영혼과 얼을 말살하는 어리석음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표준어 만을 사용하여 제주어가 이 땅에서 없어지면 탐라의 숭고한 정신 문화가 소멸되고 만다.
제주어는 지난 2010년 12월 유네스코가 ‘소멸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지정하면서 보존의 시급성이 더해졌다.
유네스코의 이 같은 조치는 제주어의 보존 책을 마련하라는 권고이며 제주어는 단순히 지역 방언이 아닌 문화유산으로 인정 됐다는 의미이다.
제주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가 깃든 제주어는 옛 소리가 남아 있어 높은 가치를 지닌 언어이니 만큼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회식이나 모임 자리에서 술잔 다대기며 행하는 건배사 ‘위하여’ 는 ‘우렁’ 으로 바꾸면 훨씬 더 돌코롬 하지 않겠는가?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융성추진단(단장 오승익)은 최근 제주문화융성위원회(위원장 조명철)를 출범시켜 잊혀져가는 탐라 문화를 발굴하고 추진 하는데  힘이 실리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연삼로를 가멍 오멍 빙세기 웃음 머금게 했던 그 고마운 제주어 사랑 주인공을 만나고 싶다.
어디에 계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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