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후(시인.소설가)
▲ 김관후(시인.소설가)

 

경찰서나 파출소 정문 앞을 피해서 다녔다. 장발단속 때문이었다. 어쩌다 한번 걸리면 끌려들어가 큰 곤욕을 치렀다. 순경들은 지나가는 젊은 여인들을 세워놓고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잣대로 재던 시절이 있었다.

1961년도에 이어 1980년도 쿠데타 이후 군사문화가 만연하였다. 군사반란 세력은 무차별로 시민들을 붙잡아다 삼청교육대에 감금하기도 하였다. 민간인들을 군복으로 갈아입히고 머리를 삭발 시키고, 폭력적 군사훈련을 시켰다.

지금도 극우주의자들은 쿠데타 세력의 만행을 잘 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쿠데타 군사반란 옹호자들이다. 아이들까지 군기(軍紀)라는 말이 일상화 되고, 기성세대 사이에 군번(軍番)이라는 말이 서열의 의미로 쓰였다.

군대가 유지되기 위해 군인이 지켜야 할 규율은 ‘군기’이다. 군기는 ‘군대의 규율과 질서’이며 생명과도 같다. 군기를 세우는 으뜸은 ‘명령에 대한 자발적인 복종이며, 군인은 정성을 다하여 상관에게 복종하고 명령은 절대로 지키는 것을 습성화할 것’을 제시한다.

그래서 군대에는 명령체계라는 원칙이 있다. 선임자는 후임자에게 우월적 지배권리를 갖는다. 우월적 권한은 새디즘의 성격을 갖는다. 새디즘(Sadism)은 무엇인가? 상대이성에게 고통을 주고 폭력에 의해서 상대가 비명을 울리고 몸부림치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비로소 성적(性的)인 만족감을 느끼는 이상성격(異常性格)이 바로 새디즘이다.

한마디로 한국사회는 일본 제국주의 군사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던 시절이 있었다. 일본군대에서 하급 장교로 복무 하던 세대는 국군이 창설 되자, 거의 국군 지휘관들이 되었다. 제주4?3당시 최고 지휘관이었던 연대장들은 거의가 일본군 출신이 아니던가? 5.16 쿠데타 세력의 주체들도 마찬가지다. 일본 제국주의 장교들에게 다시 교육받은 장교들은 쿠데타 세력들로 뒤바꾸지 않았던가?

군대문화는 군대를 유지하는 문화이며, 군대문화가 사회로 전파된 것이 군사문화이다. 군대는 국토방위를 위해 전쟁도 수행하며, 항상 무장과 군사훈련을 한다. 군대는 자연 ‘무장력’을 주요 수단으로 이용한다. 또한 전쟁을 치를 수도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타협보다는 승리를 우선시하며, ‘적아(敵我)’를 구분 짓는 ‘흑백논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과거 군대의 대표적인 통솔방식이었던 ‘명령에 따르는 복종의 강요’가 법의 형태로 구현되고, 그 법제화의 최정점에는 ‘유신헌법(維新憲法)’이 있었다. 군사정권은 유신헌법에 대한 반대운동을 탄압하는 ‘긴급조치 1호’를 발동하였다. 비상군법회의에서 ‘긴급조치 1호’ 위반자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했다. 제1호와 제4호 위반자들을 군법회의에 회부했다.

아아, 어찌 그 시절을 다시 기억한단 말인가? 제1호에 의해 장준하, 백기완 등 유신헌법에 반대했던 재야인사 33명이 비상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처벌받았다. 제4호에 의해 민청학련 관련자들을 비롯해 수많은 재야인사들이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사형까지 선고받았다.

군사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규범과 형식에 따른 획일화의 강요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두발과 복장에 대한 단속이다. 장발과 과다노출 및 미풍양속을 해치는 복장 등이 ‘경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에 저촉되었다. 지금 우리 주위에도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획일적인 군사문화를 옹호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주위를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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