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조    정    의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노랫말 중에 수위를 차지하는 말이 사랑과 눈물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육십 대를 넘긴 이들은 눈물과 연계되는 노래를 곧잘 부른다. ‘목포의 눈물’이나 ‘나그네 설움’등 눈물로 이어지는 노래가 한 시대를 풍미(風靡)했는데, 그 후에 불려진 노래도 눈물이라는 말이 단연 으뜸을 차지하는 건 불문가지다. 이렇듯 눈물에는 우리의 애환과 애틋한 삶이 아우러져 있는 것이다.

눈물을 흘릴 때는 감정이 곁들여 있어야 한다. 남이 곡(哭)을 하니까, 따라하는 식의 감정과는 거리가 먼 겉치레의 눈물도 있을 수 있으나 눈물은 가슴 속에서 나와야 진실을 토정(吐情)하는 것이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눈물에는 원통하고 절통하여 흘리는 통한이 눈물이 있는가, 하면 애절한 심정으로 슬픔에 젖어 흐느끼는 읍소형 눈물도 있다.

지난 4?5 총선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몇몇 정치인의 눈물을 의미심장하게 보아 왔다. 3월 12일 국회의사당에서 대통령 탄핵이 의결되는 순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흘린 눈물은 분노와 절규가 점철된 통곡이었을 것이다.

17대 총선 이전의 이야기지만 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대철 의원은 ‘굿모닝게이트’에 연루되어 구속되기 직전에 내가 대통령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았더라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인과 통음(痛飮)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의 눈물은 후회와 분노가 가슴을 파고드는 통한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이번 총선 기간 중에 두 분의 여성 정치인의 눈물도 보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 위원장의 눈물이다. 박근혜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텔레비젼 연설 녹화 중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60년대에 지방순시를 나갔다가 얼굴엔 버짐이 피어 있고 머리에는 기계충이 옮아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저녁식사를 못 들었던 생전의 아버지를 그리며 흘린 눈물이었다. 그는 아버지와 관계되는 말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자제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눈시울을 붉히며 아버지에 대한 향수를 자아내어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또 한분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도 총선 막바지에 삼보일배를 하며 눈시울을 붉혔으나 냉기가 흐르는 민주당에 온기를 불어넣는 대는 역부족이었다. 탄핵폭풍의 중심에 섰던 민주당에 보내는 국민의 눈길은 추미애 위원장의 눈물을 냉소적으로 받아드렸다. 사람들은 타인의 눈물을 보면 숙연해지고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정동영 의장의 눈물을 보며-아! 어떻게 이런 일이- 경악을 금치 못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정대철 의원의 후회스러운 자책의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들으며 가슴에 짠한 감정이 일었던 사람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대표의 눈물은 대통령 탄핵폭풍에 휘말려 사그라지려는 한나라당의 존립을 호소하는 눈물이었다. 박근혜 대표의 눈물은 총선 결과에 적지 않은 상승작용을 했다. 같은 여성 정치인인 추미애 대표의 눈물도 탄핵의 여파로 침몰 위기에 처한 민주당의 절박함을 호소하며 흘린 눈물이었으나 그 결과는 미미했다.

이렇게 정치인들은 눈물을 흘려 이기적 소산으로 세인의 감정을 자극한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눈물을 보며 누구의 눈물이 진솔한 가를 가리는 것은 우리의 몫인 것을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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