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 김영환(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제주로 돌아오기 전까지 난 경쟁과 시간의 압박 속에 항상 뛰어서 출근했고 늦은 시간까지 일에 파묻혔다. 최고의 회사에서 최고의 CEO를 꿈꾸었다. 그러나, 나의 꿈은 90년대 버블경제 붕괴와 함께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강퇴되는 고위직의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이었고 알아 줄 이 아무도 없는 타향에서 혼자 꾸는 개꿈이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다가온 IMF는 내게 제주로의 귀향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주었다.

  제주시에서 한림까지 2년여의 출근 길, 22년을 이어온 직장생활 중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계절을 바꾸어 가며 끊임없이 피어나는 꽃과 나무들, 야생화, 오월의 신록, 푸른 바다와 하늘, 들녘의 억새, 매운바람에 성난 파도조차 매일매일이 아름다운 출근길이었다. 제주에 태어나게 해 주신 신께 너무도 감사했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살 수 있었음은 분명한 특별함이었고 행운이었다.

  이제, 우리만 누렸던 그 특별함을 투자이민제도 시행과 함께 밀려오는 중국사람들과 나눠야 하는 듯하다. 우리가 못살던 시절 헐값으로 넘겼던 많은 땅들이 이미 우리 손을 떠난 상태고 시세보다 높게 주니 쉽게 거래될 터이다. 이제 민족과 국경을 따질 수 없는 누구나 제주에 살면 제주인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면 속 편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나와 내 가족 우리 민족이 잘 되기를 바라고, 대자본의 개발여파에 밀려 하층민으로 전락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기에, 지역상권 붕괴나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정책담당자들이 대책마련도 잘해야 하겠지만 우리 개개인의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제주경제 규모 확대와 활성화의 기회를 갖는 대신 제주의 땅과 상권을 놓고 투자이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중국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중국은 공산주의의 처절한 실패로 다 같이 못 사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중국을 덩샤오핑이 이끌면서 급변했다. 덩샤오핑은 공산주의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누구든지 자유롭게 먼저 부자가 되어라하는 선부론을 내세웠다. 그 결과 1,000만위안(172원/1위안) 이상의 사유재산을 보유하여 통 큰 구매력을 확보한 부호 100만명이 생겼다. 부자가 우리나라 인구만큼 된다던 소문보다는 훨씬 작지만 우리나라 부자보다는 4배 많은 수치라 한다. 더욱이 중국부자들이 땅을 소유할 수 없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중국보다는 우리 제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그런 중국의 부자들이요 부자기업인 것이다.

  92%가 한족인 중국인의 정체성은 상인이다. 죽은 사람을 위해 지전을 태우고 죽은 사람도 없는 데 지전을 태우며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니 가히‘한족의 종교는 돈’이라 할만하다. 은행에 맡기기조차 아까워 방바닥에 깔고 자고, 돈을 죽을 때 가져갈 수도 없는 데 안 쓰고 모은다. 미국이 중국상품을 사들이고 달러를 찍어대며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전세계의 부를 강탈해 왔다고 비난하면서도, 당초 가치보다 20%이하로 떨어진 달러와 채권만으로 사실상 미국의 경제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굶어도 자식은 굶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다. 당대에 써 없애기보다 땅 한평이라도 물려주려는 우리내 정서가 결코 중국 못지않고, 강대국 중국의 변방에서 오천년을 버틴 우리이기에. 다만, 지금 2배 준다고 팔고나면 훗날 10배를 주어도 되찾지 못할 경쟁자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우리 땅에서조차 변방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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