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한국금호동물병원 수의사)
▲ 김재호(한국금호동물병원 수의사)
제주에서 발간되는 주요 일간지에는 각종 축하 광고가 맨 날 춤을 춥니다.
주민자치위원장 취임, 조합장 당선, 박사학위 취득, 청년회장 당선, 노인회장 취임, 사무관 승진, 수필가 등단, 동창회장 취임, 교장선생님 승진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조차 어렵습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특이한 신문 축하 광고 문화입니다.
문중회, 동창회일동, 이모, 고모일동, 조카일동, 형제일동, 아버지 친구일동 광고주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지방 선거가 있을 때 혹은 공무원들 진급이 있는 인사 철에는 여러 지면을 몽땅 축하 광고로 도배를 하기도 합니다.
제주인들은 일간지 축하 광고를 보고 누가 어느 조합 조합장에 당선 되었으며 누가 박사를 먹고 진급 됐으며 누구 아들이 힘든 시험에 합격한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광고 문안을 보면 열이면 열 하나같이 틀에 박힌 내용으로 일관 됩니다.
‘…을 축하 하며 앞날에 무궁한 영광과 더 큰 번영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당선되고 합격하고 진급하면 으레 무궁한 영광과 더 큰 번영이 따라 다녀야 합니까?
당췌 아닙니다.
각종 시험 (사법고시 행정고시 건축사 변리사…) 합격이나 진급, 영전, 취임, 회장 당선, 조합장 당선자에게 앞날에 더 큰 영광과 번영 따위밖에는 더 바랄게 없단 말입니까? 그렇게도 고할 말이 없습니까? 성공한 삶을 살기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도록 바램하는 내용이면  훨씬 값질 것입니다.
축하 받는 당사자의 고매한 인품이나 지난 삶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 넣을 수는 없는 것입니까?
각종 봉사 단체장 취임 축하 글에 앞날의 무궁한 영광과 더 큰 번영 외에는 더 바랄게 없는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진급하는 교장선생님께는‘사람답게 사는 법, 힘든 친구 보듬는 아이, 주변 감사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는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혹은 ‘성적표나 지식 암기보다 평생 곁에 있어줄 소중한 벗을 사귀는 아름다운 학교를 만드시기 바랍니다’‘좋아하고 재미 있어 하는 것을 찾아 그 꿈을 위해 즐겁게 도전하는 아이로 자라게 하여 주세요.’
사법고시 합격이면 ‘ 돈 없고 힘 없는 이들도 웃음 지을 수 있고 억울함이 없게 법을 다루는 아름다운 법조인으로 거듭 나시기 바랍니다.’
마을 주민자치위원장 취임이면 ‘**동 주민들 가려운 곳, 어려움 있는 곳을 찾아 봉사하는 **동 심부름꾼 되시길 바랍니다.’
어느 봉사단체 회장 당선이면 ‘ 회장님께서 늘 그랬듯이 더 나누고 더 베풀고 위 보다는 아래를 보듬으며 이 세상을 비추는 빛과 소금이 되시기 바랍니다.’
고위직행정공무원 진급이나 지방의원 당선자에게는‘ 청정 제주의 허파겙汰悶隙�지키고 밝은 제주, 살맛 나는 제주를 일구는데 온 힘을 쏟으시기 바랍니다’,‘겸손만큼 아름다은 것은 없다’ 하신 인생 철학을 온 누리에 퍼뜨리시기 바랍니다.
그 직책에 걸맞는 내용을 담으면 훨씬 더 공감 가는 축하 문안이 될 것입니다. 제주도 일간지 신문사에서 녹을 먹는 내로라 하는 글쟁이들은 도대체 무얼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전문 글꾼들이니 그 직책에 걸맞는 글편으로 축하광고 문안을  바꾸면 좋겠습니다.
‘앞 날에 무궁한 영광과 더 큰 번영’ 따윈 번영로 길에 들러당 데껴불곡 축하 광고를 읽는 이들이 빙새기 웃음 지으며 가슴 깊이 스며들게 할 곱드글락 헌 글편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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