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열기 뜨거운 탐라도서관

4월5일, 흔히 말하는 '식목일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제주시 노형동 소재 제주시립탐라도서관 800여석의 좌석은 취업 준비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일 앞으로 다가온 4·15총선도, 봄날 휴일의 넉넉함도 그 어느 곳 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곳곳에서 느껴질 뿐이었다.
오전 7시 도서관 도착, 새벽 1시 귀가는 이들 모두에게 정해진 '필수 출퇴근 스케줄'.
이들의 눈빛에서 보이는 것은 '취업'이란 단어밖에 없었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에서 유행되고 있는 '이태백'.
청년 실업자 4000명 시대의 제주 '이태백'들이 취업을 위한 '전쟁'이 한창 이었다.

올해 대학 3학년 때 휴학, 취업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김 모 씨(23.여)는"졸업장보다 취업이 우선"이라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최소 1년간 여유기간이 있기 때문에 우선 시험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휴학이유에 대해 "학교에서 시험과 관련된 과목을 받으며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취업 전문 강사의 강의와 수준 차이가 나고 방향도 달라 힘들어한다" 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졸업을 한 후에 공백기간이 있으면 기업체들이 채용을 꺼려한다"며 "차라리 학생신분을 유지하면서 공부하는 게 부담이 적다"고 밝혔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째 취업공부를 하고 있는 오 모 씨(25.여)는 "영국으로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학교 다닐 때 전공과목을 제쳐 놓고 취업공부에 매달렸다"며 "갈수록 높아지는 취업경쟁률을 보면 맥이 빠진다"고 절망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오씨는 올해 여러 군데 원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오씨는 또 "요새 공기업 같은 경우는 토익 950점 이상은 기본이다"며 "어학연수 경력도 필수항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돼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올 8월 '코스모스 졸업'을 앞둔 이 모 씨(27)는 "처음 취업준비를 할 때는 자신감이 넘쳤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진다"며 "졸업까지 한 학기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또 "친구들 중에 취업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졸업하고도 몇 년씩 도서관에 틀어박혀 시험 준비하는 선배들을 보면 미래의 내 모습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대학 1학년 때는 대학 본래의 의미에 대해서도 고민했지만 지금은 후배들에게 전공과목 공부할 필요 없다고 까지 말한다"며 "진리탐구 같은 말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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