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길( 행정학박사 · 前언론인)
▲ 이 용 길( 행정학박사 · 前언론인)

 
졸업환갑. 환갑에 졸업한 만학도가 아니라, 졸업이후 환갑이 됐다는 말이니 좀 생소하게 들릴 법도 하다. 사람 나이61세(만60)를 환갑이라고 하는데, 초등(국민)학교를 졸업한지 60년이 지났으니 세월이 어지간히 흘렀다고나 할까. 환갑(還甲)이란 천간(天干)인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십간(十干)과 지지(地支)인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십이지(十二支)가 각각 짝을 이루어 60년이 되면, 한 바퀴 돌아왔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1954년생이 올해 환갑이 된다. 회갑(回甲)·주갑(周甲)도 동의어이다. 
  집안 어른이 환갑에 임하면, 자녀들이 푸짐하게 잔치를 벌이던 시기가 있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여 60연세는 아예 장수(長壽)로 생각치도 않지만, 그 당시에는 예순 살만 되면 대단한 경사로 여겼기 때문에 으레 환갑상을 마련하고 축하와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수연(壽宴)을 베풀었던 것이다. 환갑을 화갑(華甲)또는 화갑(花甲)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공자는 이를 이순(耳順)에 비유하였다. 이순은 글자 그대로 귀가 순하다는 뜻이다. 마음이 넓고 원만하여 남의 어떤 이야기도 순순히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연치(年齒)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연령60은 우리 동양인에게 있어선 그 의의가 자못 심대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뜻 깊은 60년이 되었다. 1948(4281)년에 입학하여 1954(4287)년에 졸업하였으니 올해로 예순 해, 환갑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졸업 60주년을 그냥 보낼 수 있느냐”며, 부부동반으로 나들이에 나섰다. 모두 바쁜 사람들이라 겨우 하루, 그것도 제주도내 여행으로 그치기는 했지만 정말로 감명어린 행사였다. 졸업이란 무엇인가. 졸업은 흔히 ‘마치는 것’으로 간과해 버리기 쉬우나, 실은 개시(開始)한다는 뜻이 강하게 배어있는 단어이다. 물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상급학교로 진학하여 공부를 계속하는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아무튼 졸업은 다시금 새롭게 출발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졸업을 한지 60년이 됐으니, 어떻게 이에 걸 맞는 기념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교를 찾고 스승님을 만나 뵙기로 하였다. 그러나 학교는 갑작스러운 방문이 오히려 번거로움을 끼칠 수 있다고 하여 조용히 운동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끝냈고, 선생님은 4학년 담임이셨던 구순(九旬)에 가까운 한분만이 생존해 계신데다 거동이 불편하신지라 여행에는 모시지 못하고 말았다. 아쉽고 송구스러웠지만, 우리들만 실행하기로 하였다.
  초등학교 동창이라면 그야말로 친구 중의 친구이다. 한 마을 고향학교에서 코흘리개 시절 내내 한데 어울려 별의별 짓을 다하면서 웃고 울며 지냈으니, 이러한 우정이 어찌 변할 수 있을 것인가. 칠순을 훨씬 넘긴 나이들임에도 이날만은 동심의 세계다. 구수한 노랫가락에서부터 최신 유행가에 이르기까지 못 부르는 노래가 없었다. 특히 ‘멋진 인생’ ‘내 나이가 어때서’는 목청이 터져라 합창을 하며 흥겨워하기도 하였다. 오래 만에 아주머니들한테서 후한 점수를 딴 기회가 되기도 하였을 터이다.
  우리는 1948년, 그러니까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 처음으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학생이 된다. 그것도 9월 가을학기에 입교했다. 뒤에 학제가 변경되어, 4월(지금은 3월) 봄으로 학기가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초등학교를 6년이 아닌, 5년 반 만에 졸업을 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우리글쓰기 실력이 크게 모자라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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