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환(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여보, 얼른 일어나! 나 좀 도와줘~” 막내 정은이가 세상에 나오려 엄마 배를 열심히 두드리는 그 순간, 정작 나는 산통을 하고 있는 아내를 뒤로 한 채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은 얻은 그 날, 난 불과 40의 나이에 혈전으로 왼쪽 눈을 실명했다. 무한질주 하던 기관차가 하루아침에 정차 당한 느낌이었다. 하늘의 경고였다. 그렇게 계속 살다간 다음엔 심장이라는 경고. 눈을 잃은 아픔은 잠시뿐 난 다시 기회를 주신 신께 감사를 드렸다. 
  그 동안 나는 매일같이 중요한 일, 마치 대단한 일을 하는 양하며 다섯 아이들을 고스란히 아내에게만 맡겼다. 내가 하는 일은 남자로서, 봉급쟁의의 의무로, 지역사회 일꾼으로, 친구에 대한 의리로, 국민의 사명으로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격언은 세상에 대한 봉사와 책임이라는 명분이나 명예욕에 가려 내 사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남겨진 삶이 길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은 죽음을 인지하게 된 것은 진짜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아온 내게 깨달음을 준 차라리 큰 축복이었다. 그 간 살아온 40년보다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된 오늘 하루하루가 더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부자가 되거나 꿈을 이루고 나면, 행복해지고 서로 사랑할 시간이 충분하게 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아내의 이해와 참을성은 한계가 있고,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새싹인 아이들이 튼튼한 나무로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부모가 도울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잠깐이다.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다. 행복은 결코 나중에 하는 게 아닌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한 우리의 우선순위는 어떠한가? 미국의 한 조사연구에서 ‘가족관계’, ‘재정’, ‘일’, ‘공동체와 친구’, ‘건강’, ‘개인의 자유’, ‘개인의 가치관’ 등 여러 요소들 중에서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가족관계’ 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우선순위도 달라져야하지 않을까?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직장에서 일을 잘해서 인정받는 다거나 승진하는 것보다, 모임에 나가는 것보다 더 큰 행복요소가 바로 ‘가족관계’라니 말이다. 아버지들이여 어서 돌아가자! 가장 행복한 위치, 가정으로.
  나 또한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아버지와 나누었던 대화와 추억들이 내게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알게 해 준 가장 큰 유산이었다. 나중에 더 많은 미소를 짓고 싶다면 현재 삶의 많은 순간들을 가족관계에서 행복으로 가득가득 채우며 살아야 한다. 행복한 추억, 행복한 순간은 우리가 언제든지 마음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무한 반복하며 되새기며 느끼게 된다.
  마침, 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에서 4월 30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매주 2시간씩 5주간 ‘좋은 아버지교실’이 열린다고 한다. 좋은 아버지가 결코 그냥 되는 건 아니다. 아내와 아이들과의 대화법이 쉽지 않고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어도 반복해서 공부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짧은 삶을 마감하며 ‘삶의 끝에 와서야 알게 된 것들’을 기록한 위지안 교수의 글을 옮겨본다. 우리는 뭔가를 잡기 위해서는 아주 먼 곳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믿으며 십중팔구 그런 믿음이란 것이 ‘턱도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끝끝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혹은 모든 게 끝난 뒤에야 그보다 훨씬 값진 일을 지나쳐버렸음을 후회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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