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분(자연농 농부)
                  ▲ 강성분(자연농 농부)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봄이다. 2400평 땅이 적다면 적지만, 여인네 혼자 농사 짓기에는 너무 벅차서 일정 부분은 진즉에 포기했었다. 하지만 요즘 우리 농장은 일손이 넘쳐나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전 세계가 나를 돕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외진 곳에 뚝 떨어져 정글처럼 우거진 나의 농장에 세상 도처에서 젊은이들이 찾아와 일손을 도와주고 있다. 이게 무슨일인고 하니, 나는 작년 여름에 우연히 만난 젊은이에게 우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프란 여행자들이 유기농 농가에서 4-6시간 일을 해주고 숙식을 제공받는 것이다. 그래서 적은 비용으로 세계를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워킹 홀리데이와 비슷하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여행과 문화를 배우는 것이 주 목적이며 유기농 농가에만 한정된다는 특징이 있다. 일하며 여행하는 사람을 우퍼, 우퍼를 받아들이는 농장주를 호스트라고 한다.

나는 처음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호스트로서 가입했다. 일년 회비로 내는 십만원을 날리는 것은 아닐까 소심한 걱정도 했드랬다. 그런데 가입을 하고 우리농장이 리스트에 오르자마자 기적이 일어났다. 농장에 오겠다는 메일이 수시로 와서 거의 매일 이메일을 체크해야했고 수용할 수 있는 인원수가 초과되지 않도록 스케줄을 조정해야했다. 맨 처음 오신 분은 중년의 한국인 신사였는데 귀농을 고려하고 있어 농사일을 직접 체험하려고 우프에 가입하여 처음으로 우리 집에 온 것이다. 우리도 처음이라 어찌해야할 바를 잘 몰랐지만 서로 순수한 마음들이 합쳐지니 금세 마음을 열고 편안하게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다. 일의 능숙함은 중요하지 않았다. 열흘을 머무는 동안 정말 엄두도 내지 못했던 큰일들을 해냈고 혼자서는 심심해서 하기 싫던 잔일들도 함께하니 훨씬 즐거웠다. 아이들도 집에 손님이 있으니 너무 좋아하다가 그분이 떠난지 몇 일이 지나자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한번 전화통화를 시켜주니 이후에도 종종 졸라대서 자제를 시키는 중이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 외진 곳에서 사회성이 떨어질까 걱정했는데 세계도처에서 찾아오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며 인연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지금은 타이완에서 온 두명의 젊은 처자와 프랑스 아가씨 한명이 일손을 돕고 있는데 고양이 손이 아니라 물고기 지느러미도 빌리고 싶은 이봄, 정말 이들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을지...... 저녁이면 둘러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지를 추천하고, 가능할 땐 함께 다니기도 한다. 때로는 협의 하에, 하루 4-6시간 대신 하루 일하고 하루 여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리도 좋은 생각을 누가 해냈는지, 이런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루어낸 이들에게 감사한다. 내가 우프를 만난 것은 비밀의 화원을 찾은 것과도 같다. 혼자만 알고 싶었지만 제주도를 찾는 이들이 워낙 많아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나처럼 자연농 혹은 유기농을 하며 낮은 수익성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이 아름다운 공동체를 소개하기로 했다. 나처럼 일손이 필요하고, 낯을 가리지 않으며, 일하는 만큼 노는 것도 중요한 이들은 빈방을 하나 만들어 내어 세상과 소통하는 호스트가 되어 보자. 

우프코리아 - http://www.wwoof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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