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길(  행정학박사 · 前언론인)
▲ 이 용 길( 행정학박사 · 前언론인)

자격 없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는 무자격자(無資格者)나 자격미달(未達)인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이런 작자들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니, 사회가 잘 돌아갈리 없지 아니한가. 자격(資格)의 사전적 의미는 표준이나 근본이 되는 조건 즉, 어떤 일을 맡는데 필요한 자질과 품격을 말한다. 그래서 특정업무에 종사하려는 사람은 그에 적합한 지식·기술과 기능·경험 등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정하는 자격시험을 치러 합격하여야 된다. 이와 같은 시험은 고도의 실력과 능력을 필수로 하는 오늘의 경쟁풍토에서 더욱 더 요구될 것이다. 현대사회를 ‘자격증시대’라고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법적·제도적 자격(증)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평소 지녀야 할 ‘생활인으로서의 자격’을 살펴보려 한다.
  모두들 봄을 좋아할 터이지만, 누구 못지않게 봄을 기다리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이른바 필드(field)에 나가는 재미에서다. 새소리·바람소리, 속삭이듯 들려오는 숲속의 언어, 이루 표현할 수 없는 따사로운 봄날의 정취, 이에 흠뻑 젖어드는 몸과 마음. 무릉도원(武陵桃源)이 따로 없음이다. 그 상쾌한 기분을 잊지 못해 혼자서 곧잘 가는 데가 있다. 필드하면 흔히 골프장을 연상하겠으나, 그건 아니다. 순수한 그린 필드, 이름 하여 ‘고사리 필드’다. 즐겨 찾는 곳은 행정당국이 길 잃은 이들을 안내하기위해 설정해놓은 제12구역. 구좌읍 덕천리 경(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입구에서부터 채취 장소에 이르기까지 마구 버려진 쓰레기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다. 음료수·막걸리·소주병, 장갑·모자·작업복, 운동화·장화, 라면그릇, 음식찌꺼기 등등 별의별 오물들이 다 쌓여있다. 이 아름다운 ‘곶자왈’에 도대체 무슨 심보요, 행실머리들인가. 고사리를 꺾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요즘 곳곳에 운동시설과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있다. 여기에도 역시나이다. 담배꽁초, 종이컵, 술병, 온갖 비닐봉지들이 수도 없이 널려있다. 운동기구도 웬 심술에서인지 망가뜨려놓고 있다. 종합경기장의 트랙에서 가래를 뱉으며 뛰는 자도 있다. 그 깨끗한 우레탄수지(樹脂)위에 가래침이라니, 혼자만 건강하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오름’도 오염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산책이나 등산, 운동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시내버스 정류장은 상인들이 서로 자기 점포 쪽에 설치되기를 바라는 시설이다. 그럼에도 어느 한 지역에서는 정류소를 이전해달라고 청원을 한 적이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 담배꽁초와 가래침 때문에 도저히 참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고급차를 몰고 가며 꽁초와 휴지를 창밖으로 내던지기도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승용차를 탈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자격 없는 사람들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대표적인 무자격자는 진도 앞바다의 침몰 여객선 세월호 선장이다. 그 이상 자격 없는 사람이 나타나서는 정말로 큰일이다.
  선진국의 구별은 분야나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마는, 그러면서도 공통점은 있게 마련이다. 바로 질서·친절·청결이 그것이다. 이 덕목(德目)만큼은 여느 선진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질서를 준수하고 친절하며 깨끗하다는 것, 최소한의 염치(廉恥)를 차리는 일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우리는 아직도 멀었다. ‘선진국 대열’ ‘무역12대국’이라고 아무리 떠들어 보아도 공허한 메아리일 따름이다. 자격이 없다면, 부끄러운 짓을 저질렀다면, 빨리 뉘우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피나는 노력으로 개인과 국가의 명예를 신속하게 회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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