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헌(전)NH농협지점장/농협중앙회양돈팀장

손종헌(전)NH농협지점장/농협중앙회양돈팀장
▲ 손종헌 (전)NH농협지점장/농협중앙회양돈팀장.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인 5월이다. 따뜻한 햇살과 싱그러운 봄내음은 마음을 가볍게 하고 발걸음을 밖으로 이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행사가 많고 연중 가장 많은 축제가 열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계절이다.   

이런 최고의 순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먹을거리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돼지고기는 빼놓을 수 없고, 삼겹살은 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위다. 이에 우리의 봄을 행복하게 해 주는 돼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제주 양돈 산업 큰 가치

먼저 제주돼지의 현황을 보자. 올 3월말 제주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55만마리다. 도민 1사람당 1마리 정도 키우는 꼴이다. 양돈 산업 전체로 보면 4조5440억 원(2011년) 중 제주가 차지한 비중이 4056억 원 이었다. 전국의 9.3% 수준이다. 이것은 제주도의 1차 산업 중 감귤산업 다음 가는 규모이다.

돼지고기 소비 역시 제주도가 주도하고 있다. 흔히 즐겨 찾는 껍질이 있는 돼지고기인 오겹살은 전통적으로 제주도가 선호한 부위이고, 수년전만 해도 제주도 내에서만 유통되어 왔다. 앞다리나 뒷다리 등의 부위인 근고기 섭취도 우리 제주가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제주가 우리의 양돈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겹살의 왕국

돼지는 인간에게 모든 부위를 주고 싶어 하는데 정작 우리는 삼겹살만을 원한다. 삼겹살을 구이로 먹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식문화이다. 외국의 돼지고기 소비는 우리처럼 구워 먹는 형식이 주가 아니다. 햄, 소시지 등 부가가치를 높인 육가공 제품으로 생산하여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소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 나라의 식문화를 비교해 우열을 가리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삼겹살이 모자라 다른 나라로 부터 수입해 우리의 속을 채우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외국의 육류 유통업체들이 국내 돼지고기 시장을 ‘삼겹살의 블랙홀 국가’로 일컬을 정도이니 우리의 삼겹살 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돼지 1마리에서 나오는 삼겹살은 약 10kg 정도.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수입하는 삼겹살은 매년 약 13만 여t 이다. 이를 국내산으로 충당하려면 1년에 도축되는 돼지의 수를 현재 1600만마리에서 약 2500만마리로 늘려야 하는데,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삼겹살만을 선호하는 식문화는 ‘짝퉁 삼겹살’과 같이 삼겹살이 아닌 부위를 삼겹살로 둔갑시키는 폐해를 낳기도 한다. 또한 ‘금겹살(비싼 삼겹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이니, 편중된 삼겹살 소비는 건강과 바람직한 소비문화를 위해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돼지고기 소비, 제주가 앞장서야

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한라산과 유채꽃만 보러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연스럽게 제주의 문화와 음식도 같이 즐기러 오는 것이다. 탱탱한 감귤은 물론이고 신선한 바닷고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에 더해지는 쫀득한 돼지고기는 화룡점정이라 하겠다.   

이에 다가올 관광객들에게 제주산 돼지고기를 가치 있게 준비해서 식탁에 올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삼겹살만으로 그들의 니즈를 맞추기에는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제주가 앞장서서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재료로 한 레시피 개발은 물론 가공품을 다양화하여 관광객 입을 즐겁게 함과 동시에 전 국민의 입을 제주화 했으면 한다.

오로지 인간을 위해 사육되다 도축되는 돼지가 ‘한국은 내 뱃살만 좋아하는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할까봐 무섭다. 올 봄 나들이에는 삼겹살이 아닌 돼지의 다양한 부위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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