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관 후(시인/소설가)
▲ 김 관 후(시인/소설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 달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에 많은 시민들이 프로필 사진을 노란리본으로 교체하고 있다. 노란바탕에 리본문양과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글귀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누군가가 무사히 돌아오기 바라는 의미를 담은 노란 리본은 1640년대 영국 군인들이 노란 리본을 매고 참전했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7년 아프간 탈레반에 억류 중인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시민·사회·종교단체의 ‘노란리본 달기’ 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나는 곧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내 형기(刑期)를 다 마쳤거든요./ 지금 나는 무엇이 내 몫이며 또 무엇이 아닌지를 판단해야만 합니다./ 내가 곧 감옥을 나가리라는 이 편지를 받고서 혹 당신이 아직도 나를 원하신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 아실 거예요./ 혹 당신이 아직도 나를 원하신다면 말예요.’

미국에서 노란리본의 의미가 크게 확산된 계기는 소설가 피트 하밀이 뉴욕포스트에 게재한 ‘고잉 홈(Going home)’이란 제목의 글이다. 출소를 앞둔 한 죄수가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차마 아내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던 그는 자신을 용서한다면 집 앞의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놓아 달라고 부탁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남편을 기다려왔던 아내는 그 동네의 모든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주렁주렁 달아 놓았고, 출소 후 이를 본 남편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1973년 토니 올랜도와 돈이 만든 노래 ‘오래된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가 미국과 영국에서 크게 히트를 기록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오래된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 하나를 달아주시길./ 3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당신은 나를 원하시나요?/ 만약 떡갈나무 가지에 노란 리본이 보이지 않으면, 버스에서 내리지 않겠습니다./ 못난 나 자신을 원망하면서 우리의 인연을 내 기억 속에서 지우겠습니다./ 만약 떡갈나무가지에 노란 리본이 보이지 않으면 말예요.’

지난 걸프전과 이라크전에서도 미국 군인들이 집에 돌아갈 때 집 앞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놓은 부인들이 많았다. 무사 귀환을 바라고 또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그런 의미로 노란 리본을 달아놓는 것이다. 노란 리본 뿐만 아니라 노란 손수건으로도, 출소한 사람이 아니라 어릿광대로도 바뀌어 널리 퍼졌다.

그런데 ‘노란 리본’을 거부한 정치가들이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과 신동욱 공화당 창당준비위원회 대표이다. 윤상현 의원은 새누리 지도부의 ‘노란 리본 패용’ 지시가 있었음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신동욱 공화당 창당준비위원회 대표는 “정부는 천안함 폭침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노란리본을 이용해 사회분열을 조장하고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배후세력을 철저히 수사해 종북좌파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란 리본에 담긴 의미를 왜곡하고 단순히 특정 정당 색깔과 비슷하다 혹은 특정 정치인이 연상된다고 주장하며 몰지각한 사람들이 정치색을 씌우고 반대하며 이 캠페인을 의적으로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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