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분(자연농 농부)
▲ 강성분(자연농 농부)

 

제주도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공,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놀아주는 공, 소나이덜만 아니라 비바리, 넹바리도 함께 차는 공! 그것은 바로 축구공이다. 바야흐로 축구라하면 단군이래 온국민을 하나로 뭉쳐 즐겁게 어깨를 들썩이게 한 유일한 스포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한국에서 축구란 애국심과 군중심리가 발동하는 월드컵이나 천적과의 역사적 한풀이를 대리하는 국가 대항전이 아니면 조기축구회를 제외한 일반인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스포츠라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다르다. 축구는 만남과 소통의 장이자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증진의 도구이며 전 연령층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스포츠이다. 그래서인지 마을마다 있는 체육시설의 중심에는 항상 축구장이 있다. 공 좀 찬다는 사람은 여러 대회를 통해 지역의 영웅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축구는 제주 남성들의 건강증진에 단연 한 몫하는 걸로 보인다. 육십이 넘은 어르신들이 몇 십년간 단련된 다리로 운동장을 누비는 것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여기에 더해 여성축구부의 활동도 육지부에 비해 매우 활발하다.

나는 약 두달 전 어쩌다 성산읍 여성축구부원이 되었는데 내가 원래 축구를 좋아 했었느냐면, 절대 아니다. 내게 축구는 제일 재미없는 스포츠 중에 하나였다. 한일전이나 월드컵이 아니면 한경기에 몇 골 들어가지도 않고 내내 운동장만 뛰어다니는 축구를 왜 하나 싶었고 지켜보기에도 지루했다. 그깟 공 한번 차려고 떼로 몰려다니는 것이 무에 그리 재미날까 싶었었다. 그런데 누가 축구를 하고 살이 쏙 빠졌다는 감언이설에 홀딱 넘어가서 축구를 시작했다. 과연 이걸 좋아할 수 있을까? 살도 빼기 전에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오로지 살을 빼보겠다는 일념으로 축구장에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작하자마자 나는 축구의 재미에 푹 빠져 버렸다. 남의 놀이로만 보이던 것이 내 놀이가 되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공을 차는 게 아무렇게나 뻥뻥 걷어 차는  것이 아니란 걸 배우며, 초짜의 끝없는 헛발질에도 격려를 아끼지 않는 선배들의 관대함을 느끼며 근거없는 자신감이 싹트더니 이제는 악천후로 연습이 취소되면 그리 아쉬울 수가 없다. 여기저기 부상을 입으면서도 이리 즐거울 수 있다니 혹여 한가한 여인네의 여가생활로만 치부해서는 아니 된다. 여성축구선수들의 일면을 보면 결코 한가하게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하긴 이 제주도에서 한가한 여인네가 어디 있으랴. 고사리 봇짐에, 소라성게 봇짐에, 심지어 태풍 때는 감태봇짐에 한 시도 쉬지 않는 여성들이 아닌가. 그래선지 축구에 대한 열정과 실력 역시 대단하다. 이렇게까지 발전한데에는 남자들의 후원이 컸다고 한다. 멋진 일이다. 이제는 여성들도 몸에 쌓인 스트레스는 입으로 풀기보다 몸으로 풀어 봄이 어떨까? 더 이상 봇짐만 지지말고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 땀 흘리며 뛰어다녀보자. 한 시간이 넘게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강한 그녀들을 보며 나는 강한 제주도를 꿈꾼다. ‘숨비질 배왕 놈주지 아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감히 공을 다루는 맛에 대해 말할 실력이 아니지만 ‘공질 배왕 남주지 아니한다.’고 말하고 싶다. 매주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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