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자 (세이레어린이극장대표)
▲ 정민자 (세이레어린이극장대표)

3500여명의 인구를 가진 작은 섬, 나오시마는 구리 제련소가 있고 한센병환자의 강제수용소가 있는 사람들에게 버려진 섬이었다. 그런데 그 버려진 섬을 한 그룹이 어린이들을 위한 지상낙원으로 조성하면서 지금의 건축이나 문화예술의 섬으로 성공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예술가가 뛰어들고, 기업에서의 과감한 투자와 주민들의 협조가 몰락한 작은 마을을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을 시킨 것이다. 이 성공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섬으로 이 프로젝트를 확장시켰고 데시마에는 데시마미술관을 이누지마에는 세이렌쇼미술관을 건립하고 작은 마을의 빈집과 공터에는 예술작품들을 설치해 마을 전체가 문화예술 공간이 되었다. 이제는 그 문화예술을 즐기기 위해 국내외 관광객들이 모이고 주민들의 소득창출 창구가 된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 한 몫 했고,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마음껏 창작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얻었으며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새로운 소득 창출 창구가 되었다는 것이 기적에 가까운 성공이랄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나 이집트에 가야 볼 수 있는 에펠탑이나 실물크기의 스핑크스를 중국에서도 볼 수 있다. 외국 제품을 베끼고 비슷한 상표까지 만들어 쓰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에펠탑뿐만 아니라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얼굴을 새겨 넣은 러시모아산, 알프스에 있는 할슈타트 마을 등의 카피까지 등장했다. 정말 대단한 짝퉁 대국이다. 그러나 중국 북부 허베이 성에 세워진 실물 크기의 짝퉁 스핑크스가 결국 철거될 거라고 한다. 이집트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한 결과라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예술을 중국으로 복제하여 옮겨놓고 관광수익을 얻으려는 속셈이었겠지만, 맹목적으로 따라하기는 일본의 경우와는 너무 다른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로 기억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가파도를 문화예술의 섬으로서 새롭게 탈바꿈을 시키겠다고 밝혔다. 일본 나오시마를 비롯해 데시마, 이누지마 등을 벤치마케팅해서 문화예술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인데, 가파도는 청보리와 청정환경이 자랑인 섬이다. 가파도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전략은 제2의 나오시마로 만드는 것으로 복제가 아닌 창조라는 방향을 찾은 것은 참 다행이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걱정이 된다. 청보리 고장 가파도에 커다란 설치미술이 들어선다고 가정해보라, 청보리 재배면적이 축소될 수밖에 없고,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던 가파도 주민들이 문화예술과 관광이라는 산업에 새롭게 적응을 하고 더구나 수익창출까지 가능할까? 아니 우리는 그럴 수 있다 치자, 하지만 장기적이고 꾸준한 자본의 투입을 유치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토 레고레타의 카사 델 아구아를 철거시키고, 우리나라 대표적인 건축가의 제주대 옛 본관까지 허물지 않았나.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지원해오는 빈집프로젝트가 주목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오시마의 프로젝트와 일맥상통한 점은 역사가 배어있는 건물과 시설 등을 보존하면서 문화예술을 접목시켰다는 것이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가파도가 가진 문화자원을 예술로 재창조되어 문화예술의 섬으로 탄생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허나, 남이 잘 됐다고 무조건 맹목적으로 따라하기는 바보 같은 짓이다. 게다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가파도가 문화예술의 섬으로 탄생되어 가파도 주민들의 소득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끈기,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기다려진다, 문화예술의 섬, 가파도의 탄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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