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 정비 지연, 도당과 엇박자, 인물론에 밀려

[제주매일 고재일 기자] 선거에 패했으나 신구범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지사 후보는 5%의 지지율에서 출발해 30%를 상회하는 득표율을 올리는 등 선거 막판 나름의 저력을 과시했다. ‘후보가 좀 더 젊었더라면’, ‘선거기간이 좀 더 길었더라면’ 등의 가정법이 나오는 이유다. 신 후보 측의 패인(敗因)을 짚어봤다.

제주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에서는 지난 2월부터 중진 차출론이 솔솔 불거져 나왔다. 긴가민가했던 원희룡 전 최고위원이 3월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 도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앙당은 ‘100% 여론조사 경선’을 고수해 원 후보를 지방선거판에 ‘꽂아’ 넣는다.

그러나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전격 통합으로 지난 3월 말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초기 정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 속에서도 후보를 결정할 기회를 놓쳤다. 민주당 출신의 고희범 전 도당 위원장과 김우남 국회의원, 안철수 신당 계열의 신구범 전 도지사와 박진우 예비후보, 한라산 영실 존자암 진아스님 등 5명이 도지사 후보 경선에 뛰어들며 혼전을 보였다.

경선룰을 둘러싼 논란으로 한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모든 논의가 중단된다. 전열을 가다듬을 시기를 놓친 것이다.

또, 도당과 후보의 캠프 사이의 신호가 맞지 않는 모습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상대후보의 과거 행적을  도당이 문제 삼자 후보 측은 “자당 후보 죽이기”이라며 반발했다.

도당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모습도 나왔다. 당 소속 국회의원 3명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으나, 기자회견 후 한 국회의원이 도당 관계자에게 “국회의원들이 도와줘야 할 일을 도당이 명확히 집어주고 교통정리를 해줘야 하는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원희룡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부터 철저한 세대교체를 강조하며 인물론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신 후보는 정책선거로 선거판 구도를 몰고 갔다. 

전략은 먹혔다. 선거 기간 내내 지속된 원 후보의 높은 지지율이 이를 뒷받침한다. 본격적인 선거전으로 한때 70%에 육박했던 원 후보의 지지율이 50%까지 떨어져 ‘인물론’이 약발을 다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으나 신 후보의 지지율은 25%를 넘지 못했다. 원 후보에서 빠진 지지율이 신 후보에게 가지도 않았다.

인물론에 실망을 느낀 유권자들이지만, 그렇다고 신 후보의 정책공약에도 호응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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