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춘(NH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차장)
▲ 윤재춘(NH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차장)
최근 들어 너무 오래 살지도 모르는 위험 ‘장생(長生) 리스크’를 걱정 사람이 늘고 있다. 앞으로는 일찍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위험보다는 너무 오래 살지도 모르는 위험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조사를 보면 60세 이상 응답자 중 28%만이 오래 사는 것을 축복이라고 대답했다. 이러 현상은 무엇보다도 퇴직과 은퇴이후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문제이다. 노후불안의 원인은 결국 경제문제 ‘돈’과 관련된 재무적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두 번째로 직장에서 퇴직하고도 70세가 넘도록 먹고 살기 위해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노인들이 일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부실한 복지체계 속에서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모시느라 노후(老後) 준비가 잘 안 돼 있기 때문이다.
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에서 일하는 이유는 ‘생계마련’이 65.3%를 넘고, ‘용돈 벌이’나 ‘건강 유지’는 각각 10.8%와 8.3%에 불과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노인 실태조사를 보면 65세 이상의 연평균 재산소득은 131만원에 불과하다. 연금이나 예금 등 갖고 있는 자산으로 한 달 평균 겨우 1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퇴직자들의 국민연금 등 각종 소득을 합쳐도 은퇴 후 받은 소득은 은퇴 전 소득의 43%(소득 대체율)에 불과하다. 미국 58%, 독일 56%, 일본 47%에 비해 많이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일해도 가난하다. 우리나라 60세 이상이 한 달 평균 용돈은 15만 7000원에 불과하다. 평균 5000원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이처럼 용돈이 적은 것은 부족한 소득에서 생활비와 의료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남은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소득이 부족하고 용돈이 적다 보니 풍족한 문화생활을 누리기도 어렵다. 이들의 연평균 나들이 횟수는 1.1회, 영화·공연 등 각종 관람 활동 횟수는 0.2회로 5년에 한 번 정도 관람할 정도로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
현실이 이러니 불편하고 상상하기 싫은 노후이지만 더 미루지 말고 빨리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말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인생의 멋진 후반전을 바라지만 사람마다 주어진 환경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각기 명쾌한 대안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걱정 없는 노후 30년, 방해물에 대한 인식을 통해 오래 사는 불안감을 조금은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노후자금 마련의 가장 최대의 적은 ‘준비를 미루는 것’이다. 노후대비를 빨리 시작하는 것은 노후대비 실천을 위한 제1수칙이다. 여러 가지 핑계로 노후준비를 지체하는 것보다 20대부터 시작하면 별 부담이 시작할 수 있는 반면 40대에 시작하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준비는 40대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둘째, 노후자금 마련의 또 다른 적은 안전한 상품에 대한 맹신이다. 안전한 상품이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노후대비 자금을 준비하는 방법에 있어서 어떤 상품을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는 것은 없다. 내 돈의 운용수익률이 실질금리 마이너스에 적용되지 않도록 물가상승을 초과하는 운용수익률 목표를 염두에 두고 저축과 투자계획을 실행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출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자신의 노후대비를 희생하면서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은 결코 자녀를 위한 것이 아니다. 노후대비는 부부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소중한 자녀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노후대비는 자녀교육보다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하며, 내집 마련이나 자동차 구입 등 다른 어떤 목적 자금 마련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일자리 은퇴 후에도 노후 30년 시대에 살고 있다. 이 기간이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노후대비 자금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이상 3가지 방해물에 대한 관리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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