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 불균형 해소 위해 강력한 행정시장 권한 필요"
의료ㆍ교육 개선됐다고는 하는데.. 시민들 '갸우뚱'

[제주매일 고재일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2006년 7월 서귀포시민들은 찜찜한 경험을 했다.

당시 김태환 제주도정이 균형발전이라는 취지로 문화관광스포츠국과 외청인 감사위원회, 농업기술원 등 일부 부서를 산남으로 이전했으나, 이중 문화관광스포츠국을 이전 이틀 만에 다시 본청으로 원대복귀(?) 시키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말 그대로 부서 하나를 줬다가 빼앗은 셈이다.

이에 서귀포시 지역 도의원들은 “재이전 조치를 철회하고, 서귀포시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으며, 시민단체들도 “일부 공무원들이 서귀포시 이전에 반대하자 계획을 철회한 것이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산남 지역 홀대론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8년이 흐른 지금 민선 후 첫 산남 출신 제주도지사가 취임을 앞두고 있다. 서귀포시 중문동 출신인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산남에서 63.5%의 득표율로 제주시 지역 58.5%에 비해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만큼 제주시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서귀포시 지역 발전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해석이다. 원 당선인도 예비후보 시절이던 지난 3월 24일 서귀포시청을 찾아 “지역의 균형발전에 대한 서귀포시민들의 갈증과 욕구를 듣고 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신중히 검토해 실질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고창건 서귀포시민연대 상임대표는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도정에만 목을 매야 하는 현 행정구조에서는 지역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곤란하다”며 “기초자치단체장 수준의 강력한 서귀포 행정시장의 권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제주해군기지와 중산간 난개발 논란 등 제주사회의 각종 문제가 서귀포시에 유독 많은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서귀포의료원이 지난해 신축 개원했지만 의료수준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도 여전하다. 주부 김미경(38ㆍ서홍동)씨는 “서귀포의료원 수준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이 다치거나 아프거나 하면 제주시 쪽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데려가고 있다”며 “서귀포시 지역의 진료수준이 확실히 개선됐다는 것을 시민들이 느끼게 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육문제에 대한 서귀포시민들의 갈증도 해소되지 않았다. 한 시민은 “서귀포시 지역에서 살다가 제주시로 이사가는 것을 보면 대부분이 부모의 직장 문제이기 보다는 자녀의 교육문제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며 “서귀포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2관광단지 개발 사업이 10년 이상 진척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대학 유치 등 각종 현안사업이 표류하는 등 산남 지역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서귀포시민들의 의식 밑바탕에는 제주시를 중심으로 한 도정 추진이 깔려있다. 때문에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바라는 서귀포시민들의 열망도 제주시에 비해 강할 수밖에 없다.

원 당선인 역시 이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당선인은 지난 달 말 TV토론회에서 “시군통합 이후 많은 권한이 도지사에게만 쏠렸지만, 도지사는 너무 멀고 행정시는 너무 권한이 없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현 제도 안에서 인사나 예산, 규제와 같은 충분한 권한을 행정시장에게 주고 마을단위 사업 등을 충분히 실천해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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