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축구대표팀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한국 선수들의 이름까지 알 필요는 없다"며 한국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를 향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카펠로 감독은 한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서 한 러시아 기자는 "한국 선수들은 러시아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아는데 러시아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모르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른다"며 우려 섞인 질문을 했다.

그러나 카펠로 감독은 "러시아는 최상의 준비를 해왔고 이미 한국과 평가전을 치른 적도 있다"면서 "한국 선수들의 이름까지 알 필요는 없다. 특징만 알면 된다"고 특유의 자신만만한 어투로 말했다.

이어 "한국은 전술적, 신체적으로 최상의 준비를 해왔을 것"이라며 "러시아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펠로 감독은 또 "한국을 존경해야 하고 이번 경기에 대해 잘 이해하는 한편 우리의 특징(personality)을 가지고 1차전을 치러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냉정하게 한국전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러시아는 보통 다른 나라들이 월드컵 경기 이틀 전 개최지에 도착해 훈련을 하는 것과는 달리 경기 전날이 돼서야 쿠이아바에 도착했다. 훈련도 경기가 치러질 오후가 아닌 오전에 소화해왔다.

이에 대해 카펠로 감독은 "(베이스캠프인 상파울루 인근 이투에서) 쿠이아바까지 2시간밖에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하루 전에 와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쿠이아바의 더운 날씨에 대해서는 "모스크바에서 훈련할 때 기온이 32도에 달했다. 당시 모스크바는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지역 중 하나였고 우리는 대낮에 땡볕에서 훈련했다"면서 "오히려 쿠이아바는 생각보다 덥지 않은 것 같다"며 무사히 현지 적응을 마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펠로 감독은 이탈리아 AC밀란, 유벤투스, 로마,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유수의 '빅 클럽'을 맡아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자타공인 '명장'이다.

그는 2012년 잉글랜드 사령탑에서 물러나면서 은퇴를 시사했지만 곧이어 러시아를 이끌게 됐고 올초에는 러시아 월드컵이 열릴 2018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카펠로 감독은 "이탈리아의 내 고향은 매우 아름답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새로운 도전을 원했다. 러시아는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나라고 심지어 글자도 다르다"며 다시 월드컵 무대를 찾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생일은 현지시간으로 한국전을 치른 바로 다음날인 6월 18일이다.

한 기자가 '가장 큰 생일 선물은 무엇일 것 같느냐'고 물었다. '한국전 승리'라는 대답을 미리 염두에 둔 듯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카펠로 감독은 "선물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만큼 이번 대회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해왔고 컨디션도 최고다"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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