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헌(前 NH농협지점장.농협중앙회양돈팀장)
▲ 손종헌(前 NH농협지점장.농협중앙회양돈팀장)

고사리 철도 어느 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봄에 자주 보이던 고사리 꺾던 사람들도 보기 힘들어졌다. 여름철의 뜨거운 햇볕도 문제지만, 고사리의 성질상 봄이 제철이기 때문이다.

고사리는 한철? 
우리가 먹는 고사리는 어린 손 모양의 고사리인데, 봄에 순이 막 돋을 때 꺾어야 한다. 실제로 고사리의 손이 활짝 펴져 성숙하게 자란 고사리 잎에는 비타민 B1을 파괴시키는 특수물질이 있다. 이처럼 강렬한 햇볕을 받고 자라 독해진 어른 고사리는 섭취할 수 없다.
철 지난 지금에도 고사리를 즐길 수 있다. 사실 제주도 고사리는 두 종류가 있다. 햇빛이 잘 비치는 들판에서 자라는 벳고사리와 가시덤불에서 자라는 자왈고사리가 그것이다.
벳고사리는 가늘고 짧은 반면 자왈고사리는 습기 있는 곳에서 서식하다보니 윤택하고 굵은 것이 특징이다. 눈에 잘 띄는 벳고사리는 지금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들판을 피해 덤불로 들어가면 곳곳에 자왈고사리가 숨어있다. 하나하나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간가는 줄 모른다.

지방선거와 고사리
올 봄, 그리고 최근까지 고사리를 꺾으러 산으로 들로 나섰다. 곳곳에 돋아난 고사리를 보면서 자연이 주는 위대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러다 문득 고사리 꺾기와 지난 6·4 동시지방선거가 닮았다는 생각을했다.
 매년 열심히 순을 피우는 고사리의 모습은 치열하게 삶을 사는 우리네 삶과, 고사리를 꺾으러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애쓰는 후보자의 모습과 같아 보인 것이다.   
제주 속담 중 ‘고사린 아홉성제(형제)다’라는 말이 있다. 고사리의 줄기가 한 번 꺾이면 계속해서 아홉 번까지 다시 돋아난다는 뜻을 담은 속담이다.
한 뿌리에서 여러 번 돋아나는 고사리가 매번 선거철마다 표를 주는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다.
며칠전 꺾은 그 장소에 또 고사리가 자라나고, 오늘 다 꺾었거니 했는데 내일 누군가 그곳에서 또 허리를 굽히고 있다. 매일매일 방심할 수 없는 고사리 꺽기의 형상은 선거와 많이 유사하다. 
후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실제로 고사리를 꺾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고사리의 솜털에 아침이슬이 맺혀있을 때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숨어있는 고사리까지 잘 찾기 위함이다.
어떤 이는 고사리의 순이 돋는 지역을 잘 알고 있어 느지막이 출발해 고사리 군락지를 선점하기도 한다. 또 한 번 꺾인 곳에는 고사리의 순이 더 빨리 나는 습성을 이용해 한 곳만 공략하는 이도 있다. 당선을 위해 자신만의 전략을 세우는 후보자의 모습과 정확하게 오버랜된다.

고사리는 누구나 꺾을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제주도 유권자 수는 46만 7182명이었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도시사와 교육감, 도의원까지, 총 43개의 자리를 얻기 위해 참여한 사람은 무려 107명이다. 당선의 기쁨보다 낙선의 슬픔이 더 많았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다음 선거 때면 46만개 이상의 고사리가 또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돋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매년 부지런한 모습으로 허리를 숙여 고사리를 꺾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다가오는 선거에서 누구보다 더 많은 고사리를 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낙선한 후보의 플래카드가 눈길을 끈다. “OOO 의원님 당선 축하합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낙선자 OOO 올림”,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와 유사한 문구를 당선자가 써 걸어놓는 시기가 올 것이다.
 낙선한 후보자를 지칭하면서 “당신과 함께하였기에 당선되었습니다. 아름다움으로 간직하겠습니다.” 고사리를 꺾기위해 아름답게 경쟁하는 모습은 고사리도 미소 짓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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