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앞에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의 발판을 놓은 선수는 '바람의 아들' 이근호(29·상주 상무)였다.

    이근호는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후반 11분 교체 출전해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열린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후반전 이근호가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비록 이날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나면서 빛이 바랬지만 이 골로 남은 2경기에서 박주영에 뒤지지 않는 홍명보호의 주요 공격 옵션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한국의 이근호가 후반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제전인 월드컵이다. 태극전사 23명 모두가 선망해온 대회이지만 굴곡 많은 축구 인생을 살았던 이근호에게 월드컵은 더욱 간절한 '꿈의 무대'나 다름없었다.

    2005년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이근호는 주전 경쟁에 밀려 2007년 대구로 트레이드됐다.

    대구에서 첫 시즌 10골을 넣으며 기량을 만개하기 시작한 이근호는 2007년 6월 29일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A대표팀에 데뷔했다.

    그는 특히 이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훨훨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예선에서 맹활약하며 대표팀을 본선으로 이끌어 허정무호의 '황태자'로까지 떠올랐다.

    그러나 본선 직전 유럽 진출 실패로 컨디션 난조를 겪었고 허정무 감독은 그의 이름을 최종 명단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절치부심한 이근호는 국내무대로 복귀해 울산 현대에 둥지를 틀고 팀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이끌며 부활했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은 뒤 지난해 9월 아이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대표팀의 '특급 조커'로 자리매김했다.

    "30분을 90분처럼 뛰겠다"던 이근호는 결국 이날 경기에서 통렬한 선제골을 뽑으며 홍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교체 투입된 지 불과 12분이 지난 후반 23분 센터 서클에서 공을 잡아 단독 돌파한 뒤 페널티아크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러시아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는 정면으로 날라온 공을 펀칭으로 막으려 했지만 슈팅이 워낙 강력했던 탓에 공은 그의 방어를 뚫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남아공 월드컵 낙마 후 4년간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했던 이근호의 노력이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현재 이근호는 육군 병장 신분이다. 어쩌면 그는 월드컵 역사상 소속팀에서 가장 낮은 연봉을 받는 득점자일지도 모른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한 한국인 기자는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에게 "오늘 골을 넣은 선수 이름은 이근호이고 그의 연봉은 1천300달러다"라고 말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수 이름까지는 몰라도 된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던 카펠로 감독은 언짢은 표정만 지을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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