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36분 스페인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첫 필드골을 터뜨린 다비드 비야(뉴욕 시티)는 후반 23분 교체된 뒤 벤치에서 고개를 파묻었다.

비야는 만감이 교차한 듯 울고 있었다. '무적 함대'를 이끌었던 스타 중 한 명이었던 그에게 이번 대회는 마지막 월드컵이었다.

스페인은 24일(한국시간) 브라질 쿠리치바의 바이샤다 경기장에서 펼쳐진 대회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호주를 3-0으로 제압했다.

스페인에는 너무나 늦은 승리였다. 네덜란드, 칠레를 상대로 한 조별리그 2경기에서 7실점 1득점을 기록, 조기에 탈락이 확정된 뒤에야 나온 승전보였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은 골이 터져도 즐거워하지 않았고, 승리에도 환호하지 않았다.

지난 세 차례의 메이저 대회를 휩쓸었던 스페인 축구가 이제 종언을 고했다는 평가를 뒤집기에는 이제 늦었다는 것을 선수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이날 비야를 비롯해 페르난도 토레스, 코케, 산티 카소를라, 후안 프란, 페페 레이나, 라울 알비올 등 이전 경기에서 나오지 못한 선수들을 대거 선발 출전시키며 변화를 꾀했다.

어린 선수들도 선발 명단에 넣으며 미래를 기약했다. 그리고 스페인은 '무적 함대'를 이끌었던 스타 플레이어들의 고별 무대가 된 이 경기에서 이번 대회 처음으로 자신들의 축구를 보여줬다.

스페인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호주를 압도했고 짧은 패스로 골 소유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았다. '패스 마스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찔러주는 정교한 패스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한순간에 허물었다. 비야와 토레스의 '투톱'은 한 번 맞은 득점 기회를 반드시 골로 연결시키는 결정력을 과시했다.

월드컵 본선에 14회 진출하는 동안 조별리그에서 전패를 당한 적이 한번도 없었던 스페인은 그렇게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물론 이 경기만으로 스페인 축구가 건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16강의 꿈이 사라진 호주가 이날 스페인을 맞아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스페인은 '무적 함대'의 자존심을 되찾기에는 너무 늦었을지 몰라도 스페인 축구가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기에는 충분한 경기를 펼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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