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단 샤치리(23·바이에른 뮌헨)가 월드컵 무대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스위스 축구 대표팀을 16강에 올려놨다.

스위스는 26일(이하 한국시간)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샤치리의 맹활약에 힘입어 온두라스를 3-0으로 완파했다.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샤치리는 전반 6분, 전반 31분, 후반 26분에 골을 터뜨리며 가장 빛났다.

첫 번째 골은 페널티지역 바깥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 쪽으로 드리블하다가 방향을 틀면서 왼발로 감아 찬 것이 골대 왼쪽 구석으로 휘어져 들어갔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골은 역습 상황에서 최전방의 팀 동료 요시프 드리미치(22·뉘른베르크)가 타겟맨 역할을 수행, 수비진을 돌파하면 자리를 바꿔 비어 있는 중앙으로 치고 올라온 샤치리가 공을 받아 마무리하는 플레이가 완벽하게 이뤄졌다.

'알프스의 메시'로 불리며 스위스 축구의 현재이자 미래로 촉망받는 샤치리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브라질은 이제 23살에 불과한 샤치리가 두 번째로 밟은 월드컵의 땅이다.

그는 19살이던 2010 남아공 월드컵 때 지금도 대표팀을 이끄는 오트마르 히츠펠트 감독의 깜짝 발탁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팀의 조별리그 탈락을 지켜봐야 했던 샤치리는 4년이 지나 어느덧 스위스의 핵심 동력이 돼 해트트릭까지 터뜨리며 팀을 16강으로 이끌었다.

이제 스위스는 내달 2일 '진짜 메시'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가 버티는 아르헨티나와 8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객관적 전력으로는 스위스가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메시와 앙헬 디마리아(레알 마드리드), 곤살로 이과인(나폴리),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바르셀로나), 세르히오 아궤로(맨체스터 시티) 등이 버티는 아르헨티나는 스위스가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미주 대륙 팀인 온두라스나 에콰도르와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샤치리로서는 자신의 별명이 허언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4살 많은 지상 최강의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를 보여줄 기회다.

특히 이날 온두라스전에서 샤치리가 넣은 첫 번째 골은 메시의 주특기인 페널티지역 바깥 측면에서 치고 올라오다가 90도로 꺾으면서 하는 슛과 쏙 빼닮아 있었다.

샤치리가 메시 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고 이 슛으로 골을 터뜨린다면 그는 앞으로 다른 선수의 이름을 딴 별명이 아닌 '스위스의 샤치리'로 불릴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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