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 것은 다해놓고 결과를 기다리겠다"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26일(한국시간) "우리가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해놓고 기적을 기다릴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홍 감독은 벨기에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H조 3차전을 하루 앞두고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치앙스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H조 최강자로 평가되는 벨기에를 크게 이겨야 16강 진출을 희망할 수 있는 벼랑에 몰렸다.

홍 감독은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이날 기자회견에서 7차례 되풀이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지금까지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를 지켜왔다"며 "우리 선수들에게 어떤 간절함이 있는지 나는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7일 오전 5시 벨기에와의 결전을 시작한다.'

다음은 홍 감독과의 일문일답.

-- 지금 벨기에가 한국에 전혀 신경을 안 쓴다. 어떻게 생각하나. 벨기에 선수단은 한국 선수 이름조차 모른다.

▲ 벨기에는 벌써 16강 진출이 확정됐다. 그들에게 우리 경기가 어떤 의미를 지닐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경기가 중요하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기적을 이룰 준비가 됐나.

▲ 우리 선수들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다.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지금까지 임해왔다. 우리 선수들에게 어떤 간절함이 있는지 나는 충분히 알고 있다. 우리가 일단 할 수 있는 일은 해놓고 기적을, 아니 기적이라기보다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 선발 출전명단에 변화를 주겠나.

▲ 오늘 훈련 끝났으니 지금부터 생각해보겠다.

-- 이번 월드컵에서 이변이 많았다. 코스타리카는 월드컵 챔피언들을 꺾고 16강에 올라갔다. 영감을 받나.

▲ 축구에서는 강자가 꼭 이기라는 법은 없다. 그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금 예상할 수 없다.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 벨기에전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 러시아 경기 때 관중에게 지루했다. 그래도 승점 1을 땄다. 알제리전에서는 패했지만 관중에게 즐거웠다. 어떤 경기가 더 낫나.

▲ 재밌는 경기도 좋지만 이기는 경기가 우리에게 낫다. 개인적으로 러시아 경기가 우리에게는 나았다. 우리 경기력도 그때가 더 좋았다. 아무리 좋은 경기를 하더라도 지는 경기는 선수들에게 기분 좋은 경기가 아니다.

-- 박주영이 다시 선발로 나올지 관심이 많다. 평가를 부탁한다.

▲ 우리의 전체 밸런스, 첫 경기 내용을 볼 때 박주영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팀 전체가)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더 큰 점은 수비가 실점을 너무 쉽게 허용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경기가 기울어졌다. 전체적으로는 박주영이 그 가운데서 균형을 잡는 데 문제가 없었다. 공격적 부분을 따지만 우리 (전체)가 찬스를 못 만든 것이 사실이다.

-- 결과가 중요할 때가 있는데 종교적으로 신께 기도하고 있나.

▲ 나는 종교가 없다. 나는 우리 선수들만 보고 믿고 간다. 종교가 있는 선수들에게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 선수구성, 전술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는데.

▲ 우리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여론에서는) 감독이 어떤 날은 좋은 감독이다가 어떤 날은 '조기축구 감독'만도 못한 사람이 된다. 준비를 잘해서 중요한 경기에 나설 선수를 잘 정하겠다.

-- 실점을 줄이고 다득점해야 하는 경기인데 어떤 전략이 있나.

▲ 어차피 골을 넣고 이기고 (경쟁국의 경기 결과도) 기다려야 한다. 전략적으로도 그런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 선수들에게 따로 주문하는 점은.

▲ 16강에 나가려면 여러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이 우리에게 좋지 않다. 국민에 희망을 주는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수들에게 (경기를 결정할) 권한을 줬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 축구인생에서 이번 월드컵은 어떤 의미인가.

▲ 우리 선수들에게는 마지막 경기가 아닐 것이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한국 축구를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는 특별히 생각하는 것은 없다. 지금은 감독의 역할을 맡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게 나의 임무다.

-- 벨기에가 한국을 과소평가할까.

▲ 내가 벨기에 선수도 아니고, 잘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편하게 나올 가능성은 있다. 편하게 나온다고 있는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고 잘 대응하겠다.

--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과 인연이 있는데. 그 감독의 스타일을 어떻게 보나.

▲ 빌모츠 감독은 팀을 잘 조련했다. 풍부한 경험에서 좋은 실력이 나오는 것 같다. 벨기에와 한국은 여러모로 다르지만 나는 우리 선수들의 역량을 믿고 최선을 다하리라고 믿는다. 우리 선수들이 지금까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좋은 경기할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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