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여우' 알제리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독일, 벨기에 등 유럽의 강호들을 상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알제리는 1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독일과의 16강전에서 연장 접전까지 펼친 끝에 1-2로 분패했다.

    공격 점유율에서 독일이 78%-22%로 압도했고 유효 슈팅에서도 독일이 16-4로 월등히 많았지만 실제로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알제리의 분투에 박수를 보낼 만한 내용이었다.

    잔뜩 움츠러들었다가 한 번에 치고 나가는 알제리의 역습에 독일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는 수시로 페널티 지역 바깥까지 달려나와 공을 걷어내는 수고를 해야 했다.

    전반 16분 알제리 공격수 이슬람 슬리마니(스포르팅 리스본)의 헤딩슛이 터졌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아쉬움을 삼킨 알제리는 이어 파우지 굴람(나폴리)의 슈팅으로 독일 문전을 위협했다.

    후반에는 골키퍼 라이스 엠볼히(CSKA소피아)의 선방이 눈부셨다.

    엠볼히는 이날 연장에서 독일에 두 골을 내줬지만 상대의 파상 공격을 몸을 아끼지 않고 막아내 이날 경기의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됐다.

    이슬람교도 선수들이 다수 포함돼 이슬람 단식 성월인 라마단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 알제리는 이날 후반부터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여 '우승 후보' 독일을 괴롭히고도 한 골 차 패배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알제리는 또 다른 유럽의 강호 벨기에를 상대로 한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후반 25분까지 1-0으로 앞서는 등 한국, 러시아, 벨기에와 함께 속한 H조에서 '최약체'라는 세상의 평가를 보란 듯이 뒤집었다.

    우선 바히드 할릴호지치(보스니아) 감독의 노련한 전략과 전술이 빛을 발했다.

    독일, 벨기에 등 한 수 위로 평가되는 팀을 상대로는 수비에 치중하며 간간이 역습에 나서는 라인업을 구성했고 만만해 보이는 한국전에서는 '공격 앞으로'를 외쳐 대성공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치른 네 경기에서 알제리의 선발 선수 명단은 매번 달라졌다.

    2011년 6월부터 알제리 대표팀을 지휘하며 선수들의 특성을 속속들이 아는 할릴호지치 감독이기에 가능한 변화 시도였다.

    감독의 의도를 그라운드에서 수행해낼 수 있는 선수들의 기량도 뒷받침됐다.

    알제리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필드 플레이어 20명 가운데 18명이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아프리카 특유의 개인기, 탄력을 갖췄고 프랑스에서 건너온 선수들이 많아 창의적이고 섬세한 플레이에도 능하다는 평을 듣는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도 22위로 월드컵 개막 전 평가전에서 우리나라를 4-0으로 완파한 가나(37위)보다 훨씬 높지만 우리는 알제리를 '만만한 1승 상대'로 점찍고 공략에 나섰다가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엠볼히 골키퍼는 경기를 마친 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지만 패하고 말아 무척 아쉽다"면서도 "하지만 강팀을 상대로 얼마든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오늘의 소득"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애슐리 콜은 알제리와 독일의 16강전이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알제리에 경의를 표한다'는 글을 남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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