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종헌(NH농협은행 순회감사)
 미국 샌프란시스코 위치한 작은 도시 산타크루스에는 미스테리 스팟(Mystery Spot)이라는 곳이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이곳은 ‘중력이 왜곡되는 곳’이라는 독특한 별명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사람들은 공이 오르막을 올라가거나 어른과 어린아이의 키가 같아지는 신비로운 체험을 이곳에서 하게 되는데 정말로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우리 눈의 착시를 이용한 것이다.
 
착시가 돈이 된다
연간 60만 명이 진기한 체험을 위해 미스테리 스팟을 찾는다. 일년 입장료 수입만 우리 돈으로 3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관광객들의 소비로 발생하는 경제효과는 더욱 크다. 착시가 곧 관광이고 돈이 됨을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우리 제주의 관광지가 있을 것이다. 1100도로 초입에 위치한 신비의 도로. 이곳을 지나갈 때면 자동차 기어를 중립에 놓고 언덕을 오르거나 물을 흘려보는 관광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 신비한 현상 역시 착시 때문이다. 오르막길로 보이는 쪽이 경사 3도 가량의 내리막길로 주변 지형과 나무들 때문에 우리 눈이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진기한 광경에 신비의 도로는 나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됐다.
 
신비의 도로 전국에 많아
하지만 제주를 시작으로 신비의 도로는 전국적으로 대중화됐다. 제주의 2곳을 제외하더라도 울산, 전남, 경남 고성군 및 강원 원주시·화천군, 충남 연기군 등 전국 곳곳에서 관광지로 개발 돼 있다. 심지어 경기도 의왕시의 경우에는 ‘의왕 8경(도시 8경)’ 중 하나로 ‘도깨비 도로’를 선정해 홍보할 정도다. ‘착시 관광’의 선두주자였던 제주도의 입지가 무색해졌다. 신비의 도로를 뛰어넘는 제주도만의 차별화된 착시 관광이 필요할 때이다.
 제주의 360여 개의 기생화산 중 하나인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산방산이 그 주인공이다. 제주시에서 평화로를 타고 서귀포시 방면으로 운전을 하다 보면 정면에 우뚝 솟은 산방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을 따라 가면 거리상으로 산방산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그 모습이 크게 눈앞에 다가와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산방산은 점점 멀어지며 작아진다. 평화로의 노선과 산방산의 위치, 그리고 주변 지형이 만들어 낸 착시일 것이다. 
            
평화로와 산방산의 착시
아직은 이렇다 할 안내가 없는 신비한 현상이지만 앞으로 제주도의 새로운 관광코스가 될 수도 있다. 버스 창문 밖으로 점점 작아지는 산방산을 바라보며 신기해 할 관광객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신비의 도로 역시 한 신혼부부가 택시에서 내려 사진을 찍다가 세워둔 차가 언덕위로 올라가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처럼 말이다.
관광은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를 판매하는 거대한 사업이다. 이 중 맛보고 경험하는 유형의 관광은 무한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그러나 건축물과 같은 인위적인 관광 이외에 기존의 자연을 활용한 볼거리는 정지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우리는 눈이라는 감각 기관을 통해 세상을 접하기 때문에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온전히 수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 기존의 자연을 우리의 눈으로 해석할 때 발생하는 볼거리를 찾아야 한다. 즉 착시현상을 이용한 관광자원의 개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주의 자연은 유한하다. 산방산도 그 중 하나 일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무한한 관광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제주의 다른 자연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신비함 그대로를 믿고 새로운 착시 포인트를 찾아간다면, 제주관광의 2000만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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