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근식(한국농업경영인 제주시연합회장)

요즘 ‘제주감귤 품질기준 규칙개선 종합대책’이라며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리고 그 품질 기준의 핵심은 2번과인 52mm에서 49mm로 3mm를 더 낮춰 유통을 하겠다는 얘기이다.

소비자들은 소과를 더 선호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그러면 8번과에서도 동일하게 70mm에서 67mm로 3mm를 낮춰야 하지 않겠는가?

농산물 가격은 유통시장에서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자연스레 결정된다. 공급이 많아지면 당연히 가격은 떨어지는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량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왜?”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공급량이 많아지면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까?

예를들어,  공급이 많아지니 가격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농·감협은 일단 손해는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농·감협은 공판장에서 경락되는 가격의 수수료만 가져가기 때문이다. 얼마에 경락되든 간에 일정 수수료만 챙기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량이 많아지면 박스회사와 운송회사는 그만큼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또한 선과기 제작업체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일거리가 생기니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다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하는데 과연 누가 손해를 볼까?

결과적으로 손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볼 것이다. 왜냐구요? 유통구조의 가장 밑바닥은 생산자 바로 농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개선하라!”라고 요구한다고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분명 손해는 농민들이 볼 것인데, 농민들이 그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감귤을 제공하기 위해 그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필자도 농민이기에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도 소비자들에게 공급을 하고 싶은 농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지난 10년간 기껏 감귤유통명령제가 정착되어가는 이 시점에 누가 ‘농식품 신유통 연구원’에 용역까지 맡겨가면서 추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또한 제주에 대해서 또한 감귤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새파랗게 젊은 육지의 전문가라는 사람의 보고서를 가지고 지난 10여년간 쌓아 올린 시스템을 수정한다고 한다. 기가 찰 일이다.

용역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의해 쓰여지기도 하는게 현실이다. 그리고 행정에선, 현실에 맞게 대응(처방), 규제를 풀어주고 새로운 상품품질 기준 마련 등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종합계획’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발표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이젠 농민들 당신들이 알아서 책임지라는 것이다.

하긴 행정에서도 머리가 지끈지끈 거릴 것이다. 어떤 생산농가와 농민단체인지는 모르겠지만 요구를 하니 안하지도 못하고, 또 하자니 도청 앞마당에 쌓여 불타는 감귤을 떠올리게 되고, 전전긍긍하는 공무원의 모습이 애처롭다.

우리는 흔히 장사에서 사업으로, 그리고 사업에서 산업으로의 단계별 규모를 키우는 사례를 본다. 감귤은 현재 산업이다.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감귤의 생산과 유통만으로는 산업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적어도 산업이라 한다면, ‘생산과 유통 그리고 가공과 서비스등 서로 연계된 다양한 부분들까지 서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여기서 품질기준이 크기가 아니라 맛과 당도 그리고 안전성에 대해서 더 깊은 고민을 하고 기준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눈이 녹으면 물이 되는 것을 우리는 흔히 ‘현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이러한 현상을 아주 깊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흐름”을 깨닫는다.

현상에 ‘이래착 저래착’하지 말고, 흐름을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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