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민자(세이레어린이극장 대표)

아침 6시 기상, 냉장고 문을 열고 아침으로 무얼 해주나 고민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는 고3엄마다.

지난 저녁에 그나마 아침거리를 준비한 날은 별다른 고민 없이 아침을 차리지만 늘 저녁에 연습하느라 늦게 오는 탓에 대부분 뭘 먹을래, 뭐 해줄까 묻는 것도 일상사다.

“대충 줘”, 하루 시작을 대충 먹고 시작하는 우리 아들, 딸. 7시 25분에 집을 나서는데 조금이라도 늦을라치면 지각이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지각하면 벌점이라고, 벌점을 없애려면 더 새벽에 가서 봉사활동을 해야 벌점이 삭감된다며 두 오누이가 네탓 내탓한다.

결국 바쁜 엄마지만 아들, 딸이 벌벌 떠는 게 안쓰러워 차로 데려다준다.

하루 시작부터가 어딘지 찜찜하다. 잠도 덜 깬 채 등교하고, 빡빡하게 진행되는 학교수업을 마치면 다 아는 거처럼 야간자율학습에다, 학원에다 독서실까지 종횡무진, 귀가시간은 12시를 훌쩍 넘긴다.

파김치가 되어서 들어오는 아이를 보면 내가 아이를 잘 키우는 건지 모를 때가 많다.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 가려고 발버둥 친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원에서 독서실에서 책과 씨름하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다.

그렇다보니 정작 자기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행복해질 텐데 고3인 우리 딸도 뭘 해야 좋을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단다.

왜 여태 모르냐고 답답해하지만 왜 모르겠나? 다른 것을 경험해보지도 않았고, 보지도 않았는데 뭘 하고 싶을까? 자기 할 일 바쁘다고 아이들 팽개쳐두는 엄마지만 안다, 이해한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꿈 많던 여고시절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현실은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닦달해서 의사, 변호사, 교사가 되라고 이 황금 같은 고교시절을 공부에만 목매달라고 강요하고 있다.

성적이 낮다고 굶어죽는 세상은 아닌데, 돈 많이 버는 일이 좋은 일이고 행복한 삶이라고 몰아붙이는 어른이고 싶지 않다.

사실 세 아이 엄마인 나도 대한민국의 다른 엄마들처럼 자식에 대한 욕심과 기대가 많았고, 공부를 잘해야 성공한다며 툭하면 아이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수강생들에게는 아이들의 재능과 관심에 눈을 돌려야한다고 말하면서 집 안에서는 평범한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파김치 되어 집에 오는 고3아이를 맞으며 새삼 반성해본다. 잘 견뎌주는 아이가 기특하고 대견하다. 아니 고맙다. 엄마의 마음을 잘 표현 못해주는 무뚝뚝한 엄마여서 미안하다.

자식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했던가, 결국 부모가 먼저 변해야 자식이 변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깨달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자식이여도 부모가 잘못했으면 사과도 시원스럽게 하고 모든 결정은 꼭 대화로, 지시, 명령, 설득보다는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솔직하게 전달하는 멋진 엄마로 거듭나볼 작정이다.

아직 뭘 할 지, 뭘 해야 행복할지도 모르는 우리 딸한테 멋진 엄마이고 싶다. 수인아, 힘내라, 엄마가 있다. 그래, 난 고3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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