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근식(한국농업경영인 제주시연합회장)

경제학 용어중에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라는 것이 있다.

코브라 효과란?
<영국의 인도 식민지 총독부가 혐오스러운 코브라 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코브라 머리를 잘라오면 한 마리당 돈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이 정책이 성공적인 듯이 보였다. 잡아오는 코브라 수가 점차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책을 실시한지 몇 년이 지나도 잡아오는 코브라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더 증가했다.

인도시민들이 처음에는 집 주위는 물론 들과 산을 열심히 뒤져서 코브라를 잡았지만 점점 숫자가 줄어들었다. 그동안 짭짤하던 돈벌이도 줄어들었다. 계속 코브라를 잡아 돈벌이 할 방법을 찾았다. 집집마다 우리를 만들어서 코브라를 키우고 키운 것들을 잡아서 보상을 받았다.

결국 코브라 제거 정책을 포기했고, 그 결과 사람들이 집에서 키우던 뱀을 버린 탓으로 코브라 수가 정책을 펼치기 전의 수십 배로 증가했다.>

이처럼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시행했는데 오히려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현상을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깊은 고민 없이 대책을 세우고 시행하기 때문이다.

요즘 감귤1번과 출하와 관련한 입법예고로 농민, 농협, 농민단체, 행정, 도의회 등에서 많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표현은 49mm이상이라고 하지만, 실상 1번과 출하를 합법화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상인들은 암암리에 1번과를 출하하는데, 농민들이 “왜 우리는 출하를 못하냐?”며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1번과를 더 선호한다는 주장까지 하면서…….

상대방이 불법으로 돈을 벌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돈을 벌고 싶으니 합법화 해달라는 것이다.
농협에선 조합원들이 원하니 그 요구사항들을 들어 줄려고 하는 것 같다.

또한 내년 3월에 농협조합장 선거가 있으니 조합원들의 의견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가?

99년, 2001년, 2002년 감귤 가격이 얼마였었는지를 전혀 기억 못하는 것 같다. 도청 앞마당에는 감귤이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농민들은 감귤 화형식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 선하다.

그 당시 감귤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풍작이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휴식년제를 도입도 하고, 이러저러한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2004년에 ‘감귤유통명령제’가 탄생한 것이다.

과연 어떤 농민단체에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했겠는가? 농민단체는 농민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농민 스스로 만들어 놓은 조직이다. 그러한 농민단체가 반대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농민단체는 반대하고, 농민은 찬성한다? 왜 이런 아이러니한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어떤 것이 옳고 그름이 아닌 철저히 자기 위주의 판단들이 우선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보다 심각하고, 절실하게 감귤 출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우선 그 문제의 근본 원인부터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대책을 세울 때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러가지 가능성까지 다차원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시행하는 단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지 초기부터 잘 살피고 적절히 보완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깊은 고민 없이 세운 1차원적인 대책으로는 결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마 이 글이 공개되면 많은 농민들은 내게 뭐라뭐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고 싶을 뿐이다.
또한, 훗날 우리 애들이 “아빠는 그 당시에 무얼 했었냐?”고 물었을 때 고개를 푹 숙이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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