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분(자연농 농부)

오늘날 교육이라하면 영어, 영어, 영어! 이놈에 영어가 문제로다.

영어교육 얘기에 뜬금없이 웬 신채호일까? 단재 신채호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요, 언론가이며 계몽운동가이다.

당연히 천하에 없는 애국자일 것 같지만 국가제도의 모순에 고통받는 인류를 바라보며 개인을 지배하는 모든 정치조직을 부정하는 아나키스트의 길을 걷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위인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무게에 눌리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인간적이고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나누고 싶다. 바로 신채호와 영어에 관한 얘기다.
단재가 워낙에 천재였던 것은 유명하니 놀랍지 않으나 그가 한학뿐아니라 영어원서를 줄줄 읽을 정도로 영어에 달통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것이다.

단재는 영어를 김규식에게 배웠다. 김규식은 미국에 유학하여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인물이다. 그 시절에 말이다.

그러한 인물이다보니 단재의 딱딱한 발음을 자꾸 트집 잡았다. 이에 진절머리가 난 단재는 이광수를 찾아와 “나 고주(이광수의 호)한테 영어 배우겠소. 난 발음은 쓸데없다고 뜻만 가르쳐달라고 해도 그 사람이 꽤 까다롭게 그러는 군”이라고 했단다.

과연 단재에게는 원서를 읽고 사상을 취하는 일이 중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영어를 얼마나 잘 했을까?

그는 읽고 난 페이지를 찢어 휴지로 쓰는데 정말 내용을 다 알고 저러나 싶어 물어보면 담뱃진이 질질 흐르는 담뱃대로 원문을 이리저리 그어가며 설명을 하는데 그 내용을 완전히 통달하고 있어 모두가 경악을 했다고 한다.

국어학자 이윤재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베이징에 있을 때 단재가 이윤재의 집에 들러 책상 위의 영어책을 보더니 읽어내려 가는데 구절구절 “하여슬람”하면서 한문식으로 토를 달아 느릿느릿 읽더란다.

“I am a boy”를  “I 는 am a boy라”하는 식이었던 거다.
뿐만 아니다. 한학과 영문학에 정통했던 변영만은 어느 날 단재가 영어책을 읽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단다. ‘neighbour’를 ‘네이그후바우어’라고 읽었던 것이다. 보다 못한 변영만은 “단어 안에 묵음이 있으니 ‘네이버’ 라고만 발음하시오”라고 하였다.

그러자 단재가 “나도 그거야 모르겠소. 그러나 그건 영국인의 법이겠지요. 내가 그것을 꼭 지킬 필요가 무엇이란 말이오.” 아, 이 자신감! 요즘 어디서 이런 대담한 인간을 볼 수 있을 것인가?

각국의 수많은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보면 다들 모국어에서 비롯된 그들만의 악센트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부끄러워하기보단 당연한 것이며 심지어 매력이라 여긴다.

신채호는 영문학을 비롯한 신학문을 공부하기 이전 이미 한학을 통달하고 구학문의 필요성, 특히 역사를 중요시하였다.

자신을 잃어가며 신학문을 무조건 찬미하는 것을 노예근성이라 비판하였으니 이 어찌 진정한 지식인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어를 잘하게 된 다음 그 영어로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아이들의 머리뿐 아니라 가슴을 함께 채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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