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낙진(제주대  언론홍보학과장)

‘한국신문의 과당경쟁구조와 개혁방안’과 ‘한국지방언론의 발전방안’ 이 2권의 연구자료집은 1996년 9월과 12월에 한국언론연구원에서 발간됐다. 한국언론연구원은 지금의 한국언론진흥재단이다. 제목만 보더라도 한국 신문 전체로는 개혁이 급선무였고, 지역언론 특히 지역신문은 생존의 위협이 짙게 드리워진 시기였음을 알 수 있다. 위의 두 방안들이 어떻게 실현됐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모든 신문에게 경고는 됐을지언정 성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고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어느 한 해도 신문 구독자가 증가한 적이 없었다. 매년 꾸준히 하락하면서 2010년 이후 그 감소폭이 급격해졌다. 신문의 독자시장은 위축될 대로 위축돼 있으며, 독자 감소만큼이나 광고주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신문은 한계산업의 대명사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지역신문은 한계산업의 최고 정점으로 내몰려있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제주에는 2014년 현재 5개의 일간지가 발행되고 있다. 개혁과 발전이 화두였던 1996년 당시는 3개였다. 연유를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 3개 신문 모두 사주가 바뀌었다. 그 자리를 순수언론자본이 아닌 향토기업자본들이 대신하고 있다.

이는 제주만의 상황은 아니다. 전국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간 향토기업자본들이 신문의 취재 대상이자 감시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역으로 신문이 기업자본의 지배와 감시를 받아야 하는 ‘신 지역신문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제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사주 변화만이 아니다. 과연 몇 개의 신문사가 적정한가다. 외국에서도 꽤 오래 전 이러한 논란이 있었던 듯하다. 로버트(Robert, K, 1968)라는 학자는 복수의 지방신문은 인구 65만 이상의 도시여야 발행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지금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2개의 신문과 인구 65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문산업의 규모의 경제 실현에 관한 것으로 독자시장과 광고시장이 일정한 규모를 갖춰야 함을 가리킨다.    

인구 60만의 제주에 5개의 일간지가 발행되고 있는 지역 신문시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상적인 경제논리로는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어딘가에서 비경제적인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지방정부를 비롯한 관공서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들 수 있다.

물론 이는 신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제주는 지방재정 대비 유무형 언론사 보조금이 전국에서 매우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지역 언론은 지방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그만큼 저널리즘 기능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반복은 언론이 개혁의 대상이 되는 지경에 이르게 한다.  

앞의 1996년 두 연구의 경고도 언론개혁에 관한 것이었다. 시민들이 저널리즘의 원칙 준수를 언론에 요구한 것이다. 신문이 독자와 지역사회를 염려하는 것이 극히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지금은 시민사회가 개혁요구에 앞서 언론의 앞날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주의 신문들이 혼란을 벗어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매일이 10월 1일자로 대대적인 지면개편을 한다고 한다. 시민기자와 청소년기자를 모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이러한 시도들이 더 이상 제주도민들이 신문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는 제주의 신문들이 지역사회와 독자를 진정으로 염려하고 보듬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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