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수(교통안전공단 교통환경처장)

정부는 오랫동안 운동기구로 전락했던 자전거를 본래의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전거도로의 확충,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 연계뿐만 아니라 자전거 주차장 시설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전거의 본모습 되찾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2009년 4월 제주도는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이 전국 평균인 1.2%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면서 “2015년까지 7년간 모두 644억원을 투입해 분담률을 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09년 당시 644㎞인 도내 자전거도로를 1222㎞로 확대 개설하고, 공공자전거 5000대를 시내 곳곳에 배치해 시민들이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에는 누구나 이용 가능토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2013년 말 현재 자전거도로는 1332km로 2015년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하지만 교통수단 분담률은 2012년 겨우 0.9%밖에 이르지 않았다. 이 추세라면 2015년 분담률은 1.2%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자전거 시설개선 속도와 비교하여 분담률이 저조한 것은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을 공급자 관점으로 접근하면 문제해결이 어렵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했다가 이용률이 높지 않고 오히려 자동차의 소통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다시 갈아엎은 사례도 있다. 수요자 관점에서 접근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자전거 이용인구가 늘었다고 해도 교통수단 분담률이 거의 그대로인 것은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는 심각한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도로는 자동차, 보행자와 자전거가 조화롭게 이용하는 교통공간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자전거를 ‘차’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법제도의 관점에서 도로에는 ‘차’와 ‘보행자’만 있을 뿐이다. 자전거도로를 아무리 많이 건설해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은 자전거를 독립된 교통수단이 아닌 위험한 교통수단인 차의 범주에 포함시킨 이유가 가장 크다.

자전거가 독립된 교통수단으로 별도로 구분돼 있어야 자전거 전용신호를 설치하고 자동차에 대해 통행우선권 적용이 가능하다. 교차로에서 자전거가 좌회전하고자 할 때에는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넜다가(보행자의 지위)가 다시 차도나 자전거 도로로 진행(차의 지위)하게 된다(이를 ‘Hook Turn’이라 한다).

차량보다 먼저 자전거에게 좌회전 신호를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보행자의 지위와 차량의 지위가 반복해서 바뀌는 불편함과 부당함을 제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전거 이용자는 자전거도로에서 교차로를 만나더라도 단절이 생기지 않는다. 시범적으로 제주도가 어느 특정구간을 선정해서 자전거 전용신호를 설치하고 통행우선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경찰청과 협의한 후 운영상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보행자는 언제나 보호대상이지만 자전거는 자동차와 동일한 지위를 가지므로 보호대상이 아니고 항상 보행자를 보호할 의무를 진다. 그러나 자전거도 자동차에 대해서는 교통약자인 것이 분명하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상 자전거 이용자를 가해자로서 의무만 지울게 아니라 피해자로서 보호대상도 될 수 있도록 차등 적용해야 할 것이다. 도로교통법 상 자전거가 차의 범주에서 제외된다면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는 자전거 이용자에게 형사면책권을 부여할 수도 있다.

도로에서 자전거가 자동차·보행자와 함께 공존이 가능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도록 시설개선과 함께 법령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제주도가 앞장 서야 한다. ‘탄소 제로’의 청정환경을 지향하는 제주도인만큼 자전거 이용자의 관점에서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다른 어느 지자체보다 더 요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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