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광(제주폴리텍대학 학장)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여전히70%를 웃돈다.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이지만 졸업생 중 절반은 직장을 얻지 못한다. 젊은이들 사이 회자되고 있는 삼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세대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제는 2가지 측면에서 분석이 가능하다고 본다. 우선 고용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요 이상의 인력 양성이
다. ‘양적 개념’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학력 및 스킬 미스매치와 노동시장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27%는 ‘과잉학력’자다. 10명 중 3명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다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점은 현장의 수요와 동떨어진 대학의 교육과정이다. ‘질적 개념’이다. 현장과 괴리된 이론 중심, 공급자 중심의 교육은 인력수급의 심각한 불일치(미스매치)를 초래하고 있다.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 속
에서도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인가 하면, 채용 후 재교육에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하는 기
업의 모습에서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교육 생태계를 바꾸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 붙였다. 학력인플레를 해소하고 지나친 스펙 갖추기로 인한 국민 경제 손실도 막겠다는 의지다. ‘일·학습병행제’가 바로 그것이다. 독일의 ‘듀얼제도’와 호주, 영국 등의 ‘견습제’를 한국형으로 발전시킨 모델이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일터기반학습(Work-
Based learning)을 우리 상황에 맞게 개선한 ‘도제식 교육훈련’이다.

정부는 취업과 학습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해
9월 시범 도입 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중이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일·학습병행제 진행에 있어 참여 기업에 대한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교재 개발을 주관
하고 있다. 참여기업으로 하여금 어떤 과목, 어떤 내용을 훈련할지, 평가는 어떻게 할지 등에 관한 프로그
램을 설계한다. 여기에는 철저하게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적용된다. 일·학습병행 프로그램이 현장에
서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현장훈련 교재 제작 등의 몫도 담당한다.

지금까지 일·학습병행제 참여 기업은 전국적으로 1700여 곳을 넘겼다. 하지만 제주지역은 아직 20여 곳
에 머물고 있다. 필자가 속한 제주폴리텍 대학의 경우 이중 5개 업체와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개의
기업과는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교재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실행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학생 취업을 위해 산업체의 많은 기업인을 만나는 필자는 제도 이해에 대한 현장의 눈높이에 아쉬움을
느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제도에 대해 기본 개념 정도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명칭만 들어봤거나 아예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불황으로 당장의 기업경영도 힘겨운데 교육까지는 버겁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전히 시장에서 공급되는 인력중에서 손쉽게 구하려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반면, 제도를 잘 이해하는 중소기업 CEO들은 반기는 기색이다. 기업체에 필요한 인력을 키우는 데 정부
가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사실에 좋은 반응들이다. 현장훈련은 물론 이론교육을 위한 현장외 훈련
비용지원, 담당자 교육에 필요한 비용과 수당지원, 프로그램 및 교재개발 비용지원 등이 그렇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스스로 키운다는 자부심도 내비친다.

일·학습병행제가 튼실하게 뿌리내리려면 기업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교육과 채용에서 기업의 주도적인 참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종전의 단순한 인력소비자로서의 위치가 아니라, 직접적인 생산자로의 기업들의 역할 확대가 요구된다. 그 어느 때보다 노동시장에 일고 있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업의 이해와 공감,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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