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걷기축제 재달 6~8일 '아시아 워킹 페스티벌'로 개최

▲ 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사무국장
제주올레 걷기 축제는 길 위에 사는 이와 길을 걸으러 온 여행자가 만나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네덜란드 나이메헨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90여년째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걷기 행사가 있다.

매년 세계에서 5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이 행사에서는 주민들이 전통 사탕이나 오이·과일·샌드위치 등을 들고 나와 걷는 이에게 나눠 주는가 하면, 마을의 작은 밴드들은 길거리 공연으로 응원했다.

동네 꼬마들은 길 한 가운데 서서 걸어가는 이들에게 하이 파이브를 해주거나 사인을 받는다. 나이메헨 걷기 축제는 행사 운영자나 참가자만의 축제가 아니라 지역민 전체의 축제다.

제주올레도 그런 축제를 꿈꾸며, 매년 가을에 제주올레 걷기 축제를 연다. 제주올레 걷기 축제는 ‘놀멍 쉬멍’ 걸으며 제주의 자연과 문화, 제주의 음식과 사람들을 만나는 행사다.

아름다운 포구에서는 해녀 공연이, 숨겨진 아늑한 숲길에서는 클래식 연주가 펼쳐진다. 길이 지나가는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고유 음식들을 맛볼 수 있고, 마을 어린이들의 귀여운 공연도 만난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수십여개의 제주 마을이 이 축제를 함께 해왔다.

제주올레는 축제를 통해 물고기를 안겨주기보다 물고기 낚는 법을 주민들과 나누고 싶다. 그래서 ‘돈’ 대신 ‘공연 전문가’를 마을에 보낸다.

마을의 공연 동아리들을 세련되게 탈바꿈시키고, 요리 전문가를 보내 도보여행자들이 기꺼이 사먹고 싶어 하는 그 마을만의 독특한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게 한다. 축제 때 개발한 음식을 올레길에서 판매해 마을이 수익을 얻는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것이다. 

올해도 다음 달 6일부터 사흘간 제주올레 17, 18, 19코스에서 ‘2014 제주올레 걷기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특히 아시아인의 걷기 축제인 도보여행자들이 축제를 찾을 예정이다.

2012년부터 제주올레 걷기축제에 참가해 온 싱가포르인 줄리 잼(Julie Jam)은 “언어와 관계없이,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거리를 통해 받은 감동과 재미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누며 친구가 되는 것이 제주올레 걷기축제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올해도 제주의 맛이 담긴 먹거리와 아름다운 자연, 행복한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라고 말한다.

올해 축제에는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최초의 예술 생산자 협동조합인 룰루랄라예술협동조합에서 참가, 올레길을 따라 다양한 작품을 전시할 뿐 아니라, 축제 둘째 날인 7일에는 항일기념관인 조천만세동산에서 아픈 역사 속의 희생자들을 축제 참가자들과 함께 추모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우리의 소리를 가장 전통답게 풀어낸 ‘국립부산국악원’이 참여해 축제를 찾은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국악의 매력을 알리고, 반도네온을 활용해 새 음악 장르를 개척한 아르헨티나 탱고 밴드 ‘고상지 밴드’의 미니 콘서트가 LG 생활건강 오가니스트의 협찬으로 펼쳐진다.

3일내내 점심 장소에서는 ‘NXC와 함께하는 맛좋은 콘서트’가, 다음커뮤니케이션 직원들은 브라질 음악 연주그룹 ‘라퍼커션’과 퍼레이드 공연을 펼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의 제주출신 쉐프들이 마을과 함께 제주 전통음식인 몸국, 돔베고기, 빙떡, 뭉게(문어)죽 등 축제 먹거리 메뉴 개발 및 판매에 나선다. 제주 전통 혼례, 이호민속보존회의 ‘멜후리기’ 공연, 이호마을 ‘듬돌들기’ 체험 등 제주 전통문화도 접할 수 있다.

평소 걷는 올레 길이 제주의 일상적인 자연과 문화를 만나는 것이라면, 제주올레 걷기 축제는 제주의 잔칫날 풍광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해마다 제주올레 걷기 축제를 열다 보면, 언젠가는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축제 기간만 홍보하고, 마을마다 주도적으로 축제를 개최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메헨 못지 않은 세계적인 걷기 축제가 제주 전역에서 자발적으로 열리는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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