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길(행정학박사·前언론인)

언론의 생명은 비판과 감시에 있다. 언론은 정치권력이든, 재력이든, 다른 그 어떤 권력에 대해서도 일차적으로 예의주시하고 비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당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언론을 입법·사법·행정과 더불어 제4부라고 일컫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건전하고 책임 있는 언론 없이, 참된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언론의 뒷받침 없는 정치나 행정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이처럼 언론과 민주주의가 밀접한 연관이 있듯이, 지방자치와 지역언론 역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지방자치도 하나의 ‘정치’이기 때문이다. 

지역언론의 존재가치는 지역과 주민 즉 ‘지역성’에 있다. 따라서 지역현안의 해결을 위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지역언론의 몫이다. 지역의 장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양시쌍비론(兩是雙非論)에 휘둘리지 말고, 언론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이를 관철해 나가야 한다.

문제가 발생해 찬반대립이 팽팽할 경우, 양쪽의 주장을 공평하게 보도하는 것만으로는 언론의 임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엄정중립이 명분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오히려 책임회피나 다름없는 노릇이다. 주민들이 ‘올바른 인식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끔, 사회정의에 입각한 공정보도를 하는 것이 백번 옳은 일이다. 지방적 이익을 존중하고 대변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지역언론의 한 편에 ‘제주언론인클럽’이 있다. 언뜻 보면 언론인들의 친목단체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 제주언론인클럽은 ‘제주지역 언론문화의 창달과 육성, 지역발전에 관한 연구와 활동을 통해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회를 이룩하는데 이바지하고자’ 2000년 3월에 창립된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이다. 그동안 이 클럽은 ‘제주의 인문과 자연환경’ ‘제주문화의 가치와 정체성’ ‘제주도민의 정치의식’ ‘지방자치와 경쟁력’ ‘평화의 섬 제주’ ‘특별자치도의 출범과 정책과제’ ‘지역언론의 역할’등 여러 분야에 걸쳐 연구와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많은 활동과 대책을 제안해 왔다.

여기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은 역대 회장단의 희생이 크다. 김지훈 회장(前제민일보사장)은 초창기 중책을 맡아 회원의 단합과 ‘제주언론인’회보를 발간하는 등 클럽의 조기정착에 힘을 기울였다. 김 회장은 제주언론계의 원로로서 지금도 회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바통을 이은 이문교 회장(제주4.3평화재단이사장)은 참신한 구상과 추진력으로 클럽의 위상을 높이는데 온 정열을 쏟았다. 이 회장은 ‘제주언론인클럽15년’을 출간하고, 우리고장 언론사의 기념비적 저술인 ‘제주언론사’ ‘제주언론과 지방자치’를 출판한 제주언론의 산 증인이다.

올해 새로 취임한 홍명표 회장(前제민일보사장)은 지난달 25일 12번째 세미나를 열고 ‘민선6기 제주도정의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발제에 나선 부만근(濟州新聞 기자 출신)전 제주대 총장은 지역의 발전과 현안에 대해 명쾌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발표, 전폭적인 공감을 얻었다. 제주언론인클럽은 제주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한 양병윤 화백과 JIBS의 김양수 사장, 그리고 필자가 부회장직을 맡아 역량을 모아가고 있다.

작금 언론은, 사상 유례가 없는 자유를 향유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럴 때 우리 지역언론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항상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주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기본정신에 투철해야 한다. 제주언론인클럽이 일정부분 그 소임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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